노동
피고 회사 내 노동조합 갈등 상황에서 기존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따라 새로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였던 원고들이 피고의 계열사인 K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와의 근로계약을 유지한 채 근무 장소만 바꾼 '전출'이라고 주장하며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 확인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K와 새로운 근로관계를 맺는 '전적'에 유효하게 동의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회사에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E노동조합이 있었으나, 2015년 통상임금 재산정 문제 등으로 피고 회사와 갈등이 심화되던 중 피고 측에 우호적인 H노동조합이 새로 설립되었습니다. 원고들은 E노동조합을 탈퇴하고 H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E노동조합과 H노동조합 사이에 여러 차례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등 갈등이 극심해졌고, E노동조합은 피고 회사에 H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해고를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E노동조합과의 합의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H노조 측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대신 계열사인 K로 이직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K와 함께 전출합의서를 작성하고 2015년 9월 1일부터 K에서 근무했습니다. 이후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되자, 원고들은 2020년 6월 피고를 상대로 자신들이 여전히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서 계열사인 K로 옮긴 것이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한 채 근무 장소만 바꾼 '전출'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K와 새로운 근로관계를 시작하는 '전적'에 해당하는지 여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이 사건 전출 조치가 원고들의 유효한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전적'에 해당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단절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당시의 노사 갈등 상황, 합의서 내용, 인사발령 지침, 퇴직금 정산 및 사회보험 자격 상실 등의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전적의 법리: 근로자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籍)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전적(轉籍)'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 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전적에 동의하면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됩니다. 이는 근로자가 자의에 따라 종전 회사에서 사직하고 계열사에 입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기존 회사와의 근로관계는 단절됩니다. (대법원 1998. 12. 22. 선고 97누5435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21806 판결 등 참조) 법률행위 해석의 원칙: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표시 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확하게 확정하는 것입니다. 처분문서(합의서 등)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의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 및 사회 일반의 상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법리들을 적용하여, 원고들이 작성한 합의서의 내용, 당시의 노사 갈등 상황, 피고의 인사발령 지침, 퇴직금 정산 및 사회보험 처리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원고들의 계열사 이동이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단절시키는 '전적'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고용 관계 변경 시 합의서나 서류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전출', '전적', '파견' 등 용어가 가지는 법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전적'은 기존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새로운 회사와 근로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근로조건이나 고용주 변경과 관련된 문서에 서명할 때는 자신의 의사가 명확히 반영되었는지 확인하고,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명 전 명확한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근로관계 변경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고용주에게서 급여, 지휘·감독, 복리후생 등을 받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기존 회사와의 근로관계 유지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상 이유나 노사 갈등으로 인해 고용 형태나 근무지가 변경되는 상황에서는 서면 합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므로, 말로 한 약속보다는 문서화된 내용을 우선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