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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그룹 부도 사태로 경영 위기에 처한 피고 회사(주식회사 이에이지씨)가, 실질적 경영진의 공모 아래 해외에 은닉한 자금으로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이 유령회사 명의로 피고 회사의 신주를 인수하여 경영권을 유지하려 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이 신주발행이 불공정하고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임을 주장하였습니다.
피고 회사(주식회사 이에이지씨)는 1996년 러시아 석유회사에 약 3961만 달러(당시 약 400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1997년 초, 한보그룹의 부도 사태가 발생하면서 피고 회사의 경영권이 한보그룹의 채권단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의 실질적 경영자(소외 1)는 대표이사 및 기획부장과 공모하여, 루시아 석유회사 주식 중 900만 주를 약 5,79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여 실제 매각대금 중 2,680만 달러를 해외에 은닉했습니다. 이 은닉 자금은 스위스 은행을 거쳐 싱가포르 은행 계좌로 송금되었습니다. 1998년 4월, 소외 1 일가는 말레이시아 라부안 자유무역지대에 자본금 1달러짜리 유령회사인 '사우스 아시아 걸프 코퍼레이션'을 설립했습니다. 이 유령회사는 피고 회사에 300억 5천만 원을 투자한다고 신고한 뒤, 은닉된 자금 2,100만 달러(약 300억 5천만 원)를 피고 회사에 송금하여 피고 회사가 새로 발행한 신주 600만 1주를 모두 인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회사의 기존 주주들은 신주인수권을 포기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신주발행이 실질적으로 회사 재산을 빼돌린 비자금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불공정하고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신주발행무효 소송의 승계참가 절차 및 제소기간에 대한 피고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으며, 이 사건 신주발행이 실질적으로 소외 4 일가의 범죄행위(해외 자산 횡령 및 비자금 조성)를 수단으로 하여 이루어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의 신주발행으로서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을 확정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한보그룹 부도로 인한 경영권 상실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실질적 경영진이 해외 자산을 불법적으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해 유령회사를 설립하여 자사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유지하려 한 행위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현저히 불공정한 신주발행에 해당하여 무효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또한, 신주발행무효 소송의 경우 주식 양수로 인한 소송 승계 시 제소기간 준수 시점 및 명의개서 유효성에 대한 법리를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상법 제429조 (신주발행무효의 소): 회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한 경우, 주주 등 이해관계인은 신주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주발행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해외 은닉 자금을 이용한 유령회사를 통해 신주를 인수한 것이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에 해당하여 신주발행이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구 민사소송법 제74조 (소송의 목적물인 권리관계의 승계): 소송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가 양도된 경우, 그 권리를 넘겨받은 사람은 기존 소송을 승계하여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식 양수로 인한 신주발행무효 소송 승계의 경우, 신주발행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제소기간 준수 여부는 승계참가(소송에 참여) 시점이 아니라 원래 소송이 제기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명의개서의 효력 (주식의 양수 및 대항): 주식을 양수한 사람은 회사에 대해 주주로서 권리를 주장하려면 주주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명의개서).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는 사실심 변론종결 이전에 명의개서를 완료하면, 이전에 명의개서 없이 진행된 소송 절차상의 하자는 치유되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무효 (민법 제103조 유사 법리): 법률 행위가 단순히 법령을 위반한 것을 넘어, 사회 일반의 도덕 관념이나 공공 질서에 현저히 위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범죄행위를 수단으로 회사의 해외 자산을 빼돌리고, 그 자금으로 유령회사를 세워 자사 신주를 인수하여 경영권을 유지하려 한 행위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공정한 신주발행으로 보아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