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대구광역시는 2010년 D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고, 2013년 재정비촉진계획을 결정 고시했습니다. 원고 A, B 재개발 조합은 이 지구 내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들로, 이 사건 지구를 관통하며 자신들의 사업구역과 연접한 E로(기존 도로 부분 14,420㎡)가 재정비촉진계획상 '존치관리구역'에 해당하므로 그 기반시설(교통, 유통·공급, 환경기초시설) 설치 의무가 피고인 대구광역시 서구청장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합들은 피고가 용역 의뢰한 설계에도 피고가 사업 주체로 명시되어 있고, 피고의 지시에 따라 사업구역의 도로확장구간을 시공했음에도 피고가 설치 의무가 없다고 표명하며 공사를 진행할 의사가 없어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에게 해당 도로 부분의 기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들이 자신들의 사업구역과 인접한 공공도로의 기반시설(교통, 유통·공급, 환경기초시설 등) 설치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관할 구청과 갈등을 겪었습니다. 조합들은 재정비촉진계획상 '존치관리구역'으로 분류된 도로이므로 구청이 설치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설치를 요구했으나, 구청은 이를 조합들의 부담으로 보아 거부했습니다. 이에 조합들은 구청에게 설치 의무가 있음을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재개발 재정비촉진계획상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도로 부분의 기반시설 설치 의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이 현행 행정소송법상 적법한지, 그리고 이러한 소송이 법률상 '확인의 이익'을 가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원고들의 소가 현행 행정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 의무확인소송에 해당하고, 확인의 이익도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행정소송법은 행정청이 장래에 특정한 처분을 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할 의무를 확인하는 소송(의무확인소송)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사건 계획에 해당 도로 부분에 특정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피고에게 구체적인 설치 의무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피고가 기반시설 설치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원고들에게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익에 불과하여 법률상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더불어 청구하는 의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소송물을 확정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의 이익이 없는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행정소송법상의 의무확인소송의 허용 여부와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행정소송법상 의무확인소송 불허 원칙: 현행 행정소송법은 행정청이 장래에 특정한 처분을 할 의무가 있는지 또는 하지 못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지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행정소송이 주로 행정청의 이미 이루어진 위법한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한 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고에게 특정 기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러한 행정소송법의 원칙에 비추어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확인의 이익: 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이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이 있고, 그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데 피고를 상대로 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도로 부분에 기반시설을 설치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원고들의 직접적인 법률관계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고들에게는 단지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익에 불과하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청구취지에 명시된 의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어도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확인의 이익이 없는 이유로 제시되었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기반시설의 정의): 이 조항은 도로, 철도, 유통업무설비, 하수도 등 기반시설의 종류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법률 조항에서 정의된 기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조항이 기반시설의 종류를 정의할 뿐 특정 주체에게 특정 시설의 설치 의무를 직접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기반시설 설치 의무는 '도시계획시설결정' 또는 '재정비촉진계획결정' 등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통해 비로소 형성되는데, 이 사건 계획에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기반시설 설치 의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여 관련 법령의 적용을 제한했습니다.
행정청을 상대로 특정 의무가 있음을 주장하려면 그 의무의 내용이 법령이나 고시된 행정계획(예: 재정비촉진계획) 등에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현행 행정소송법상 행정청의 '장래의 의무'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법률상 가능한 소송 유형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소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이익이 단순히 사실적, 경제적 이익을 넘어 원고의 직접적인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특히 도시계획시설사업 등 대규모 사업에서는 기반시설 설치 의무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 의무의 범위와 내용이 관련 법령 및 고시된 계획에 따라 어떻게 정해지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