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추락 사망 사고 손해배상 사건

건설 현장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중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계단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하수급인(실질적 사업주)의 유족들이 원도급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망인이 실질적인 근로자이거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망인이 하수급인 회사의 실질 경영주였으며 원도급 회사가 망인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원도급 회사에 근로계약상 보호의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 N(사망자): 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람으로, 주식회사 P의 실질적인 경영주입니다.
• 원고(선정당사자) A, 선정자 H, I, J: 사망한 망 N의 자녀들입니다.
• 선정자 B: 사망한 망 N의 배우자입니다.
• 국민연금공단(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 선정자 B에게 유족연금 16,533,850원을 지급한 기관으로, 사망자의 배우자 B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하여 참여했습니다.
• 주식회사 C(피고 회사): L조합으로부터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한 원도급 회사입니다.
• D(피고):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입니다.
• E(피고): 피고 회사의 부사장(사내이사)입니다.
• F(피고): 피고 회사의 현장소장입니다.
• G(피고):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주입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 사고는 2017년 3월 7일 경, 피고 주식회사 C(원도급 회사)가 도급받은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망 N은 당시 주식회사 P의 실질 경영주로서 피고 회사로부터 건물 내부 계단실 및 2층 베란다 도장 공사(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10시 50분경,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계단실 1층 바닥에 망인이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외부원인에 의한 뇌출혈로 같은 달 21일에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들(배우자 B와 자녀들 A, H, I, J)은 피고 회사가 망인을 일용근로자로 채용했거나, 적어도 실질적인 노무수급인으로서 보호의무가 있었음에도 안전난간 등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또한 유족연금을 지급한 후 망인의 배우자 B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청구했습니다. 피고들은 망인이 근로자가 아닌 하수급인 회사의 사업주였으며, 자신들에게 망인에 대한 안전 조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망한 망인이 피고 주식회사 C(원도급 회사)의 실질적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또는 노무수급인으로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보호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하수급인인 망인(사업주)에 대해서도 안전난간 설치 등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회사 임원들(대표이사, 부사장, 현장소장, 실질 경영주)에게 상법상 또는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안전난간 미설치와 망인의 추락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대구고등법원)은 2021년 9월 8일,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 그리고 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인 국민연금공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이 법원에서 확장된 국민연금공단의 청구 또한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주식회사 P의 실질 경영주로서 피고 회사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아 독립적으로 진행했으며, 피고 회사가 망인을 일용근로자로 고용했다거나 실질적으로 지휘·감독권을 유보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에 망인에 대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나 실질적 사용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는 사업주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될 뿐, 수급인인 사업주 본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 회사에게 망인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회사와 그 임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으므로, 원고 등의 청구와 참가인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론

법원은 망인이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근로자가 아니었고, 피고 회사가 하수급인인 망인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원고들과 국민연금공단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 등과 국민연금공단이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의무로서 피용자(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의무를 위반하여 피용자가 손해를 입으면 사용자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 노무도급의 경우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건축 공사 중 일부를 도급한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를 자신이 공급하고 시공 부분만 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노무도급),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유사하므로,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망인 또는 P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이러한 보호의무가 부인되었습니다.
2. 구 산업안전보건법 (2020. 1. 16.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3항 (도급사업에 있어서의 안전·보건조치)​:
   • 도급인은 관계 수급인(하수급인)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도급사업의 사업주는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와 현장소장은 안전난간 미설치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아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 안전조치 의무의 대상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다57532 판결)​: 중요한 법리는, 위 법 조항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도급인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며, 그의 '수급인(사업주 본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이 주식회사 P의 실질 경영주로서 수급인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피고 회사는 망인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상법 제401조 (이사 등의 제3자에 대한 책임) 및 제401조의2 (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
   • 회사의 이사나 업무집행지시자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 또는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원고 측은 피고 회사 임원들에게 이러한 책임을 물었으나, 주된 책임 원인인 피고 회사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임원들의 책임 또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건설 현장 사고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계약 관계의 명확화: 근로 계약인지, 도급 계약인지, 노무도급 계약인지 등 계약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법원은 형식적인 계약 내용뿐 아니라 작업 지휘·감독 여부, 장비 소유 주체, 작업 내용과 방법 등 실질적인 사용 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책임 주체를 결정합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범위: 원도급인(도급인)은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하수급인(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하수급인인 '사업주 본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원도급인에게 직접적인 안전 조치 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사업주로서의 책임 인식: 자신이 법인의 대표이사, 실질 경영주 등의 사업주 지위에 있다면, 근로자와는 다른 법적 책임과 의무를 가집니다. 자신의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관리 의무는 물론, 현장 안전 전반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안전 조치를 스스로 강구해야 합니다.
4. 사고 경위 및 진술의 신빙성: 사고 발생 후 진술이나 서류 작성 시, 실제와 다른 내용을 주장하거나 허위로 작성할 경우, 이는 법정에서 신뢰성을 잃게 되어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고 경위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5. 산재보험 적용 여부: 사업주 또는 독립 계약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도 망인은 과거 산재보험을 신청했다가 사업주라는 이유로 반려된 경험이 있으며, 이 사건에서도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을 근로자로 보지 않아 유족급여를 부지급했습니다. 개인 사업주를 위한 별도의 보험 가입 등 대비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