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망인 E가 2018년 8월 25일 영천시의 한 저수지 수면 아래 잠겨있던 자신의 차량 안에서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망인이 채무 등 금전적인 문제로 심적 압박을 받아 스스로 차량을 몰고 저수지로 들어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내사 종결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인 원고 A, B, C는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 계약에 따라 피고 보험사 D 주식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망인의 사망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이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보험자인 망인이 의문사하고 경찰 수사에서 자살 가능성이 제기되자, 유가족들은 상해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망인의 사망이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유가족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망인 E의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담보하는 '우연한 외래 사고'로 인한 상해 사망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가 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특히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대한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망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이 저수지에 빠져 익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는 망인이 운전 조작 미숙 등 과실로 빠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저수지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차량 창문이 열려있고 백미러가 접혀있는 등의 차량 상태와 망인이 약 8,7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연체하고 있었으며, 과거에도 개인회생 절차를 겪는 등 심각한 금전적 압박을 받았다는 정황을 종합하여 망인의 사망이 보험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망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불면증 치료를 위한 투약 사실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상법 제659조 제1항의 법리가 적용됩니다.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여,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발생한 경우 보험사의 면책 사유가 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상해보험에서 보장하는 '상해'란 외부로부터의 우연하고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신체 손상을 의미하며, 그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반면, 보험 약관상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에서의 '고의'를 입증할 책임은 보험자에게 있습니다. 보험자는 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 물증이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도 포함합니다. 이러한 내심의 의사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입증할 수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해당 사망이 보험계약이 보장하는 '우연한 사고'로 인한 것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경우, 해당 고의성 여부의 입증 책임은 보험사에 있습니다. 즉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자살했음을 명백히 증명해야 합니다. 사망 동기가 명백한 유서 등 객관적 증거가 없더라도,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있다면 자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나, 단순히 불면증 치료와 같은 약물 복용만으로는 해당 상태임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심신상실 상태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나 강력한 정황 증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