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망인이 욕실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쳐 후유장해를 입고 치료 중 사망하자, 유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사는 망인이 사망 진행 단계의 일시적 장해 상태였고 사망으로 특약 효력이 소멸되었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장해는 영구적으로 고정된 상태였으나, 보험 특약상 사망 시 효력이 상실되므로 진단일부터 사망일까지의 보험금을 가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F이 자택 욕실에서 미끄러져 뇌 손상을 입고 심각한 후유장해 상태에 있다가 약 9개월 후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망인이 생전에 가입했던 상해 후유장해 보험의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망인의 장해가 사망으로 진행되는 일시적인 상태였고 사망으로 인해 특약 효력이 상실되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보험사는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유족들은 보험금 지급 반소 소송을 제기하여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망인의 욕실 사고가 보험 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둘째 망인의 장해 상태가 '영구적으로 고정된 장해'였는지 아니면 '사망으로 진행되는 일시적 장해'였는지 여부, 셋째 보험 특약 약관상 피보험자 사망 시 해당 특약의 효력이 소멸되는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보험사인 A 주식회사가 망인의 배우자 B에게 3,000,000원, 자녀들 C, D, E에게 각각 2,000,000원씩 총 9,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금액은 망인이 상해 후유장해 100% 진단을 받은 2018년 9월 14일부터 사망한 2018년 12월 24일까지의 3개월분 보험금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이 금액을 초과하는 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하였고, 원고(보험사)와 피고(유족)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보험사가 3분의 2를, 유족들이 3분의 1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욕실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친 사고를 보험 약관상의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망인의 장해 상태는 사망으로 진행되는 일시적인 상태가 아닌 '영구적으로 고정된 100% 신경계 후유장해'였다고 판단하여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상해후유장해 특별약관에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특약의 효력이 그때부터 상실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보험금은 망인이 장해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사망한 시점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상해보험의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 판단 (대법원 2001다27579 판결 참조 법리): 상해보험에서 보장하는 '상해'란 외부로부터 우연하고 돌발적인 사고로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체 내부의 질병 등은 제외되며, 사고의 외래성과 상해 결과 간의 인과관계는 보험금 청구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이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욕실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친 사고의 기여도가 70%로 주된 원인임을 인정하여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기존 질병이 사고에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외적인 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면 상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장해보험금과 사망보험금의 관계 (대법원 2011다45736 판결 참조 법리): 하나의 보험계약에서 장해보험금과 사망보험금이 동시에 규정된 경우, 특별한 중복 지급 규정이 없다면 둘 중 하나만 지급됩니다. 장해보험금은 생존을 전제로 한 '장해'를, 사망보험금은 '사망'을 지급 사유로 합니다. 따라서 장해 상태가 회복이나 호전이 어렵거나 기간이 불확실하여 증상이 '고정'되었다면 장해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고정되지 않고 사망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장해 상태였다면, 그 사이에 장해 진단을 받았더라도 장해보험금이 아닌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장해 진단 후 사망까지의 기간, 상해의 종류, 장해율, 사망 원인과 장해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망인의 100% 신경계 장해가 '영구적으로 고정된 상태'였다고 보아 장해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 약관 해석의 원칙 및 효력 (이 사건 보험계약 상해후유장해 특별약관 제4조): 보험 약관은 계약 당사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중요한 문서입니다. 이 사건 특별약관 제4조는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해당 피보험자에 대한 이 특약은 그때부터 효력을 가지지 아니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피보험자 사망 시 특약 효력이 소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상해후유장해 담보의 목적이 상해로 인한 치료비나 생활비 등 생존 중의 필요를 대비하는 것이므로 사망보험과는 다르다는 점, 그리고 '생존 시에만 지급'이라는 문구가 별도로 없더라도 해당 약관 조항의 효력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금은 망인이 장해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사망한 시점까지 발생한 기간에 대해서만 인정되었습니다.
상해보험 가입 시에는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여 어떤 사고가 상해로 인정되는지, 후유장해의 판단 기준과 유보기간, 그리고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금 지급 여부 및 범위에 대한 조항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장해보험금과 사망보험금의 중복 지급 가능 여부, 피보험자 사망 시 특약 효력 소멸에 관한 조항 등은 분쟁의 소지가 많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에는 의료 기록을 철저히 보관하고, 장해 진단을 받을 때는 주치의 소견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의료 자문을 통해 장해 상태의 영구성 및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확보하는 것이 보험금 청구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