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피보험자 C가 뇌 MRI 검사에서 '경도의 만성 소혈관 질환' 진단을 받고 보험수익자인 피고 B가 보험금 500만 원을 청구하자, 보험사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진단이 약관에서 정한 '뇌혈관질환 진단확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는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심 재판부는 객관적인 검사 결과와 전문의의 진단을 바탕으로 피고의 손을 들어주며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보험 약관상 '진단확정'의 의미를 '전문의가 병력과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기초로 일반적인 의료 기준에 따라 진단한 경우'로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보험자 C가 2016년 9월 29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뇌 MRI 검사를 통해 '경도의 만성 소혈관 질환'을 진단받고, 이를 바탕으로 E병원 의사 F으로부터 2016년 12월 5일 '기타 명시된 뇌혈관질환(I67.8)'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보험수익자인 피고 B가 뇌혈관질환 진단비 500만 원의 지급을 원고인 A 주식회사에 청구했으나, A 주식회사는 해당 진단이 특별약관에서 정한 '진단확정'에 미치지 못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피보험자가 받은 '경도의 만성 소혈관 질환(I67.8)' 진단이 보험 약관에서 정한 '뇌혈관질환 진단확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보험 약관의 '진단확정'이라는 용어의 해석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인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피고 B가 항소심에서 승소하여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재판부는 보험 약관 해석의 원칙인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진단확정'의 의미를 '의학적으로 추가 검사가 필요 없을 정도의 확진'뿐만 아니라, '전문의가 병력, 신경학적 검진, 한 가지 이상의 객관적인 검사 결과(MRI 등)를 기초로 일반적인 의료 기준에 따라 뇌혈관질환으로 진단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C의 진단은 뇌 MRI 검사 결과와 E병원 의사 F의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으므로, 약관상의 '진단확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감정 결과에서도 C의 백질변성이 소혈관질환에 해당하고 '기타 명시된 뇌혈관질환'으로 분류 가능하다고 확인되어 피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보험 약관 해석에 관한 중요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보험약관 해석의 원칙입니다. 보험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특히,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적이라면, 보험 계약자인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적용됩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등 참조). 이 판결에서는 '진단확정'이라는 문구가 의학적 확진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객관적 검사와 전문의의 판단을 포함하는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아 고객인 피고에게 유리하게 해석했습니다. 둘째, 보험사고의 진단 기준입니다. 의사가 일정한 검사를 거쳐 뇌혈관질환으로 진단한 경우 보험사고의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진단의 기초가 된 병력, 신경학적 검진 및 뇌 전산화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 뇌혈관조영술 등의 객관적인 검사 결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일반적인 의료 기준에 미흡하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들이 있다면 진단 사실만으로 보험사고 발생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0866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뇌 MRI 검사 결과와 전문의의 종합적인 진단이 충분한 객관적 근거로 인정되어 보험사고 발생이 인정되었습니다.
보험 약관에 명시된 질병의 '진단확정' 기준이 모호하거나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경우, 법원은 보험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약관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MRI나 CT와 같은 객관적인 영상 검사 결과와 전문의의 지속적인 진료 및 종합적인 진단이 있다면, 이는 보험금 청구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질환의 정도가 '경도'라고 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는 경우라도, 의료 기록과 진단서를 철저히 보관하고 다른 병원의 감정 결과 등을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의사의 초기 진단서에 '임상적 추정'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이후 '최종 진단'으로 변경되고 실제 치료가 이루어졌다면 보험금 지급의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