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박/감금 · 성폭행/강제추행 · 미성년 대상 성범죄 · 양육
중학교 여교사가 여학생의 허리와 엉덩이를 여러 차례 만진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체중 감량을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추행 행위이자 성적 학대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중학교 여교사인 피고인 A는 2019년 9월부터 12월경까지 학교 복도에서 4회에 걸쳐 여학생인 피해자에게 다이어트 성공을 칭찬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허리와 엉덩이를 스치듯 만지거나 감싸듯 만진 후 툭툭 치는 등의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이 행위로 인해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고, 결국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 피고인의 신체 접촉 행위가 강제추행 및 성적 학대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의 양형, 특히 교육공무원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선고유예의 적정성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합니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하고 취업제한,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은 부과하지 않습니다. (원심에서 선고된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명확한 성적 동기를 가지고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고, 30년 이상 재직한 교사로서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에 형이 확정될 경우 당연퇴직이라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점,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이는 유죄는 맞지만, 특정한 사정을 고려하여 형벌 집행을 미루는 결정입니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와 관련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아동복지법'이 주로 적용되었습니다.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청법) 제7조 제3항 (강제추행) 이 법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제7조 제3항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여학생의 허리와 엉덩이를 만진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었으므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 따르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처벌됩니다. 이때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합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으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에 해당합니다.
2.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1의2호, 제17조 제2호 (성적 학대행위)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제17조 제2호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71조 제1항 제1의2호는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으므로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 형법 제59조 제1항 (선고유예) 선고유예는 죄를 범한 사람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형의 선고를 미루어 유예 기간이 지나면 형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입니다. 피고인이 '개전의 정(죄를 뉘우치는 마음)이 현저한 때'와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선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개전의 정'이 반드시 죄를 깊이 뉘우치는 경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자백하지 않고 부인하더라도 다른 양형 조건을 고려하여 선고유예가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교육 경력, 정년이 임박한 점, 당연퇴직의 가혹함,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선고유예가 결정되었습니다.
4. 형법 제40조, 제50조 (상상적 경합)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때는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되, 벌금형의 상한은 다른 죄의 형을 고려하여 정해집니다. 이 사건의 경우 하나의 추행 행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 위반(성적 학대행위)' 두 가지 죄에 동시에 해당하여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었습니다.
5. 교육공무원법 제43조의2 제1항, 제10조의4 제2호 나목 (당연퇴직) 교육공무원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행위로 형이 확정될 경우, 법률에 따라 당연히 퇴직하게 됩니다. 이 규정은 교육 현장의 성 도덕성을 높이고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선고유예가 내려진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벌금형 등 일반적인 형이 확정되면 정년이 임박한 피고인이 당연퇴직되어 교원 경력을 모두 상실하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될 것을 재판부가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6.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신상정보 등록 의무) 성폭력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어 관할 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되고 2년 동안 유예가 실효되지 않으면 면소(죄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된 것으로 보아 신상정보 제출 의무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매우 중요한 증거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일부 불확실해지거나 표현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쉽게 부정되지 않습니다. 동성 간의 신체 접촉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꼈다면 추행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사와 학생처럼 권력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칭찬이나 격려' 또는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주었다면 강제추행죄나 성적 학대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주관적인 의도뿐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피해자가 범행 이후에도 가해자와 평범하게 지내거나 친근하게 대처했다고 해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개인의 성정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피해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교사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당연퇴직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교직 생활의 영구적 박탈로 이어지는 중대한 결과입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특정 조건 하에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형벌의 집행을 즉시 면제하는 '면소'와는 다릅니다. 이 사건처럼 피고인이 죄를 직접적으로 뉘우치지 않더라도, 다른 양형 조건(범행 동기, 재범 위험성, 사회적 제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고유예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