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택시운전근로자가 퇴직 후 택시회사를 상대로 최저임금 미달액과 부족하게 지급된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회사는 2013년, 2016년, 2018년에 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줄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임금협정이 최저임금법의 특별 조항(택시운전근로자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음)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보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유효했던 근로시간 기준을 적용하여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재산정하였고, 회사는 운전근로자에게 총 28,062,235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회사의 상계 주장과 신의칙 위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원고 A는 2014년 2월 6일부터 피고 B 주식회사에 고용되어 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다 2019년 7월 11일 퇴직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정액사납금제' 방식에 따라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해 왔는데, 이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를 운전기사가 가지며, 회사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형태였습니다.
문제는 2010년 7월 1일부터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운전기사가 가져가는 초과 운송수입금)이 제외되면서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정급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고 회사는 2013년, 2016년, 2018년 임금협정을 통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순차적으로 단축했습니다(예: 2009년 1일 7.333시간 → 2013년 1일 6시간 → 2016년 1일 4시간 → 2018년 1일 2시간 30분). 이로 인해 고정급은 동일하게 유지되었지만, 형식적으로 시간당 고정급이 인상된 것처럼 보이게 하여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임금협정이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2016년 9월부터 2019년 7월 퇴직 시까지의 미지급 최저임금과 이에 따른 퇴직금 차액을 청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택시회사와 근로자들이 체결한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최저임금법상 택시운전근로자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하는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실제 근무시간 변동 없이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합의가 강행법규를 잠탈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합의가 무효일 경우 어떤 기준으로 임금과 퇴직금을 산정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또한 피고 회사가 원고의 미지급 임금 채권에 대해 상계 항변을 할 수 있는지와 원고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다투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택시운전근로자 A)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B 주식회사)는 원고에게 28,062,235원 및 그 중 24,433,646원에 대하여 특정 시점부터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미지급 임금 22,036,549원과 미지급 퇴직금 2,397,097원(원금 합계 24,433,646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포함한 금액입니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임금협정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택시운전근로자가 받지 못한 최저임금 미달액과 퇴직금을 전액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택시운전근로자 특례 조항) 및 입법 취지: 이 조항은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택시운전근로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고정급 비율을 높이려는 입법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법원은 회사가 이 조항의 취지를 피하기 위해 실제 근무형태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형식적으로 단축한 합의는 강행법규를 잠탈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 (소정근로시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정해진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의 효력):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등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부분은 규범적 부분으로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를 직접 규율합니다. 새로운 단체협약상의 규범적 부분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 이전 단체협약의 유효한 조항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무효로 된 임금협정 대신 2009년 임금협정상의 소정근로시간(1일 7.333시간)이 적용되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 및 제3항 (최저임금 지급 의무 및 미달 시 보충): 사용자는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제1항),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가 되고 그 부분은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 봅니다(제3항). 이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15조와 함께 민법상 일부 무효 법리에 대한 특칙으로, 무효인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다른 임금 조건까지 무효로 만들지 않고 법정 최저임금으로 보충합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상계 주장은 이 원칙에 따라 기각되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법률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단체협약 등 노사 합의 내용이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강행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사용자가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합의는 최저임금법 특례 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했으며, 본 사건 판결에 인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