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조치 미흡으로 근로자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 사건

건축공사업 사업주가 약 3.8m 깊이의 굴착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보건관리에 필요한 사전조사, 작업계획서 작성, 굴착면 붕괴 방지 조치 등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굴착면 토사가 붕괴하여 근로자가 매몰되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며, 사다리식 통로 설치 기준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사업주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B'이라는 상호로 건축공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이자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관리 업무 종사자
• 피해자 C (남, 58세): 피고인 A의 업체 소속 근로자로, 굴착 작업 중 토사 붕괴로 사망

분쟁 상황

2021년 9월 9일 16시 15분경,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한 공장 내부 슬리터 설비 이전 기초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피고인 A는 약 3.8m 깊이로 굴착된 구덩이에서 피해자 C에게 바닥 평탄 및 측량 작업을 수행하게 했습니다. 사업주인 피고인은 굴착면의 높이가 2m 이상인 지반 굴착 작업 시 근로자의 위험 방지를 위해 형상, 지질, 균열, 지하수위 등을 사전 조사하고, 굴착 방법 및 순서, 흙막이 설치 계획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며, 굴착면의 기울기를 기준에 맞추거나 흙막이 등 붕괴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러한 의무를 모두 위반하여 사전조사, 작업계획서 작성, 굴착면 기울기 준수, 흙막이 등 붕괴 방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구덩이 굴착면의 토사가 붕괴하여 피해자 C가 매몰되었고, 피해자는 현장에서 다발성 손상(머리 및 가슴 부위)으로 사망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구덩이에 설치된 사다리식 통로의 상단이 걸쳐 놓은 지점으로부터 60cm 이상 올라오도록 설치해야 하는 기준을 위반하여 동일한 높이까지만 사다리를 설치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핵심 쟁점

사업주가 깊은 굴착 작업 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사전조사, 작업계획서 작성, 굴착면 기울기 준수, 흙막이 등 붕괴 방지 조치)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사다리식 통로 설치 기준을 위반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 A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합니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합니다.

결론

피고인 A는 근로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그리고 사다리 통로 설치 기준 위반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상의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1.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및 제38조 제2항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이 법 조항은 사업주가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시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은 굴착 작업 시 사전조사, 작업계획서 작성, 굴착면 기울기 준수, 흙막이 등 붕괴 방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2. 구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 이 조항은 업무상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피고인은 건축공사업의 사업주로서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되어 적용되었습니다.
3.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 및 제38조 제3항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 위반)​: 이 조항은 사업주가 안전하고 보건적인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한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위반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사다리식 통로의 설치 기준(상단이 걸쳐 놓은 지점으로부터 60cm 이상 올라오도록 함)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적용되었습니다.
4. 형법 제40조 (상상적 경합) 및 제50조 (경합범 처벌례)​: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안전조치 미이행이라는 하나의 행위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근로자 사망)과 업무상과실치사라는 여러 죄를 구성하므로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었습니다.
5.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및 제38조 제1항 제2호 (경합범 처리)​: 경합범은 동시에 여러 죄를 저지른 경우를 말하며, 이때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근로자 사망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죄와 별개로 사다리식 통로 설치 기준 위반이라는 또 다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경합범으로 인정되어 형이 가중되었습니다.
6.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이 조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합니다.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하였고, 벌금형 이상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잘못을 인정하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깊은 굴착 작업과 같이 위험도가 높은 건설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1. 철저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 굴착면 높이가 2m 이상인 경우, 지반의 형상, 지질, 균열 유무, 지하수위 등을 면밀히 사전조사하고, 굴착 방법, 토사 반출 계획, 안전 인원 및 장비 사용 계획, 흙막이 지보공 설치 방법 등 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2. 굴착면 붕괴 방지 조치: 습지 등 지반이 취약한 곳에서는 굴착면의 기울기를 기준(예: 1:1 내지 1:1.5)에 맞추고, 흙막이 지보공을 설치하는 등 굴착면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 조치를 이행해야 합니다.
3. 안전한 사다리식 통로 설치: 사다리식 통로를 설치할 때는 사다리 상단이 걸쳐 놓은 지점으로부터 60cm 이상 올라오도록 설치하여 근로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 계획의 이행과 관리 감독: 안전조치는 단순히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실제 작업 현장에서 계획에 따라 철저히 이행되고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되어야 합니다.
5. 중대한 결과에 대한 책임: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강력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사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