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원고 A이 지인의 주택에서 화목보일러를 가동하다가 부주의로 화재를 발생시켜 주택을 전소시켰습니다. 이에 원고 A은 실화죄로 벌금형을 받고, 화재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 A과 그의 배우자 원고 B은 자신들이 가입한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특약에 따라 피고 보험사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은 배상책임 보상 범위와 상법 규정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사고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피해자들이 아직 배상을 받지 못했으므로 상법 제724조 제1항에 따라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21년 2월 21일 원고 A은 가족들과 지인의 집에 방문하여 아이들 목욕을 위해 화목보일러를 가동했습니다. 이때 보일러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걸쇠를 거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불티가 보일러실 내부의 땔감에 옮겨 붙었고, 불길이 주택으로 번져 지인의 단독주택과 가재도구 일체가 전소되는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 A은 실화죄로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으며, 화재 피해자인 지인 I과 K은 원고 A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각 72,735,507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과 그의 배우자인 원고 B은 각각 가입해 있던 피고 보험사들의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 따라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보험자가 지인의 주택에서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다가 발생한 화재가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히 해당 주택이 약관에서 예외 사항으로 규정한 '피보험자가 사용하는 부동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상법 제72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기 전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보험사들이 해당 조항의 적용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이 지인의 주택에서 난방기구를 사용하다가 발생한 화재 사고는 '일상생활에 의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며, 일시적으로 방문한 지인의 주택은 약관에서 정한 '피보험자가 사용하는 주택'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상법 제724조 제1항에 따라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제3자(피해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을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 I과 K이 아직 원고 A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지 못했으므로, 피고 보험사들은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보험사들이 약관에 명시적으로 해당 조항을 포기하는 내용을 두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724조 제1항에 따른 지급거절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법 제724조 제1항 (제3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제한): 이 조항은 보험자가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해 제3자(피해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금이 우선적으로 피해자의 손해를 보전하는 데 사용되도록 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화재 피해자인 I과 K이 원고 A으로부터 손해배상을 아직 받지 못했으므로, 피고 보험사들이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 약관 해석의 원칙: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울 때에는 작성자(보험사)에게 불리하게, 고객(피보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다138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특별약관 중 '피보험자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우연한 사고' 또는 '피보험자의 일상생활에 의한 우연한 사고' 조항 및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부동산에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해석하는 데 이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법원은 피보험자가 일시적으로 방문한 지인의 주택은 '피보험자가 사용하는 주택'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하여, 해당 화재 사고가 약관상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특별약관: 이 특약은 피보험자와 그 동거 배우자가 일상생활 중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나 재물에 손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할 때 보상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다만,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을 제외하고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부동산에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의 화재 사고는 '일상생활에 의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지인의 주택이 '피보험자가 사용하는 부동산'에 해당하는지는 다툼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약관 해석 원칙에 따라 지인의 주택을 '피보험자가 사용하는 부동산'으로 보지 않아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최종적으로 상법 제724조 제1항에 의해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일상생활 중 예기치 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유용한 보험입니다. 하지만 보험 약관의 세부 내용과 관련 법규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부동산'의 범위에 대한 해석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일시적으로 방문한 지인의 주택을 '피보험자가 사용하는 주택'으로 보지 않았지만, 다른 유사 사례에서는 그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상법 제72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을 피보험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보험금 청구 시에는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절차 진행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보험 약관에 '손해액 확정만으로도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한, 보험사가 상법상 지급거절권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