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앙공급실 근무 중 유해물질 노출로 백혈병이 발병한 손해배상 사건

원고는 병원 중앙공급실에서 의료물품 소독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고 원고는 병원과 파견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근로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여 총 45,808,534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의료물품 소독 및 위생용품 제조, 포장 업무를 수행하다가 유해물질 노출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피해 근로자
• 피고 의료법인 B: 원고가 파견되어 근무한 D병원을 운영하는 사용사업주
• 피고 주식회사 C: 원고를 D병원에 파견한 파견사업주

분쟁 상황

원고는 2010년 10월 1일부터 2015년 9월 4일까지 피고 주식회사 C 소속으로 피고 의료법인 B이 운영하는 D병원 중앙공급실에 파견되어 의료물품 소독, 위생용품 제조 및 포장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는 이 기간 전에도 다른 회사 소속으로 같은 장소에서 파견근무를 했으며, 근무 중 유해물질인 벤젠과 산화에틸렌 등에 노출되었습니다. 2015년 9월 7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2021년 1월 18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질병이 업무상 유해물질 노출로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운영 법인과 파견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들은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기준에 못 미치며 근로자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업무 중 유해물질(벤젠, 산화에틸렌 등) 노출로 발생한 것인지 여부
2. 피고들(사용사업주인 병원과 파견사업주인 파견회사)이 근로자에게 유해한 환경을 제공하고 근로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
3.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면 그 책임의 범위와 제한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45,808,53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22년 1월 8일부터 2023년 7월 12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1/2, 피고들이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가 병원 중앙공급실 근무 중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했음을 인정하고,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 근로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일부 보호 장구 구비 및 안전교육 실시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여 최종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례는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사업주의 근로자 보호의무와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 사업주의 근로자 보호의무: 사업주는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에서는 적절한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보호 장구를 지급하며,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등 유해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들이 불완전한 배기 시스템과 미흡한 보호 조치로 인해 근로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인과관계의 입증: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출된 유해물질의 특성, 노출 정도, 질병의 발병 경과, 일반적인 발병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며, 관련 규정이나 고시의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판례의 입장). 이 사건에서 법원은 벤젠과 산화에틸렌이 발암 물질로서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원고가 장기간 노출된 점, 다른 발병 요인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 파견근로자의 보호: 파견근로자의 경우,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가집니다. 파견사업주는 근로자를 유해한 환경에 파견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으며, 사용사업주는 파견된 근로자에게도 직장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및 산업안전보건법). 이 사건에서는 두 피고 모두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공동 책임을 부담했습니다.
•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가해자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이나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63조, 제396조). 이 사건에서는 방독면 등 보호장구가 구비되어 있었고 안전교육이 정기적으로 실시된 점, 피고들이 암 발병 가능성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등이 고려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60%로 제한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유해물질 노출 증거 확보: 작업 환경에서 벤젠,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이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고 의심되는 경우, 관련 물질의 종류, 농도, 노출 기간 등에 대한 자료나 증거를 가능한 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이는 업무상 질병 인정과 손해배상 청구에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2. 업무상 질병 판정의 중요성: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는 것은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받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판정 결과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강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3. 근로자 보호의무 확인: 사업주(사용사업주 및 파견사업주 포함)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작업 환경의 유해물질 관리, 적절한 환기 시스템, 보호 장구 지급, 안전 교육 실시 여부 등을 확인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기록하거나 증거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4. 인과관계 입증 기준: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는 관련 규정이나 고시가 정한 기준에 반드시 미달해야만 부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물질이 발암 물질임이 상식적으로 알려져 있고, 기왕증 등 다른 요인이 개입될 만한 자료가 없다면 노출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손해배상 책임의 공동 부담: 파견근로자의 경우,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 근로자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6. 손해배상 범위: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재산상 손해(치료비, 일실수입 등)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하여 산정됩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사업주의 책임이 일부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