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원고 A가 연인이던 피고 B에게 총 1억 1천5백만 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었거나 퇴직금 7천3백만 원을 임치했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대여 사실이나 임치 계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나, 피고가 작성한 각서(차용증)에 근거하여 3천5백만 원의 대여금은 인정하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연인 관계였으나, 관계가 종료된 후 원고 A가 피고 B에게 사업 자금 등으로 송금한 돈과 퇴직금 중 일부를 임치한 돈에 대해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총 1억 1천5백7십8만2천7백 원을 대여했다고 주장하며, 이 중 일부 변제액 3천3백1십3만 원을 제외한 8천2백6십5만2천7백 원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2018년 9월 28일 피고와 퇴직금 7천3백만 원에 관해 임치계약을 체결하고 송금했으므로, 임치계약 해지를 근거로 해당 금액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연인 사이에 오간 금전이 대여금인지, 증여인지, 혹은 다른 목적으로 송금된 것인지 입증 책임 문제와, '각서'의 법적 효력 및 그 작성 경위의 진위 여부, 그리고 퇴직금에 대한 '임치계약'의 존재 여부 및 그 입증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3천5백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24년 10월 5일부터 2025년 8월 14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대여금 총액 중 3천5백만 원에 대해서만 피고가 작성한 각서(차용증)를 근거로 인정했습니다. 나머지 대여금 주장액에 대해서는 원고 명의 계좌에서 피고 명의 계좌로 돈이 송금된 사실은 있으나, 그것이 금전소비대차약정에 기한 대여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퇴직금 7천3백만 원에 대한 임치계약 주장도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해당 금액이 송금 직후 단기간 내에 대부분 사용된 점을 들어 임치 계약이 체결될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02조(소비임치)는 임치인이 수치인에게 물건을 맡기고 수치인이 그 물건을 소비할 수 있으며, 동종 동량의 물건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퇴직금 7천3백만 원에 대해 소비임치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실제 임치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송금된 돈이 단기간에 대부분 사용된 점을 들어 임치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송금한 사실만으로는 임치계약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리를 보여줍니다.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같은 금액을 돌려받기로 하는 계약인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계좌에서 피고 계좌로 돈이 송금된 사실만으로는 대여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금전이 오간 사실만으로 대여 관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 의사 및 반환 약정 등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의미합니다. 다만, 피고가 작성한 '각서(차용증)'가 존재했던 3천5백만 원에 대해서는 대여 사실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명확한 증거(차용증)가 금전 대여 사실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금전채무 불이행 시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규정하며, 이 판결에서도 2025년 8월 14일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가 적용되었습니다.
금전 거래 시에는 관계의 친밀도와 무관하게 차용증 작성, 계좌이체 내역에 '대여', '갚을 돈' 등 명확한 목적 기재, 문자나 녹음 등 대여 사실 및 반환 약정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연인 등 특수 관계에서는 증여로 오해될 수 있으므로, 명확한 대여 의사 표시와 반환 조건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각서'나 '차용증'은 금전 대여 관계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작성할 때는 내용과 서명 날인에 신중해야 합니다. 임치 계약을 주장할 경우, 단순히 돈을 맡기는 것을 넘어 돈을 맡기고 돌려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며, 사용처가 특정되거나 즉시 소비되는 돈에 대해서는 임치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