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 주식회사 A는 전 대표이사 D가 경업금지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되었고 관련 소송에서 D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 청구권이 없다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D에게 퇴직금 청구권이 없음이 확정된 이상 D에게 납입된 퇴직연금 부담금 및 그 운용수익을 돌려받고자 퇴직연금사업자인 피고 주식회사 B에게 주위적으로는 직접 반환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는 D의 피고에 대한 퇴직연금 지급청구권을 대위 행사하여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연금 평가액 61,629,93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D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주주총회에서 해임되었고 이어진 소송에서 D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회사에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회사는 D에게 퇴직금 청구권이 없음이 밝혀진 이상 D의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된 금액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퇴직연금사업자에게 해당 금액의 반환을 요구하였습니다. 퇴직연금사업자는 관련 법령과 계약에 따라 회사의 직접적인 반환 청구를 거부하였고 이에 회사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전 대표이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퇴직금 청구권이 없음이 확정된 경우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직접 퇴직연금 납입액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또한 전 대표이사가 퇴직금 청구권이 없으므로 회사가 납입한 퇴직연금 부담금이 부당이득이 되는 경우 회사가 전 대표이사의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채권자대위권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채권자대위권 행사 시 채무자의 무자력 여부가 보전의 필요성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 즉 원고가 퇴직연금사업자인 피고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원고의 예비적 청구 즉 원고가 전 대표이사 D를 대위하여 피고에게 퇴직연금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인용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61,629,930원 및 이에 대해 2023년 3월 1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퇴직연금사업자인 피고에게 직접 퇴직연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 대표이사 D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 청구권이 없고 따라서 원고가 D에게 납입한 퇴직연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으로서 D가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채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채무를 보전하기 위해 원고는 D의 피고에 대한 퇴직연금 지급청구권을 채권자대위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전 대표이사 D는 원고 회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하며 대표이사나 대주주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근로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회사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제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는 가입자(근로자)의 계좌에 부담금을 납입하고 퇴직연금사업자는 이를 운용하여 지급하게 되며 규약이나 계약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자인 회사가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직접 납입금을 반환받는 것은 어렵습니다.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D가 근로자가 아니어서 퇴직금 청구권이 없음에도 회사로부터 퇴직연금 부담금을 납입받은 것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D는 회사에 대해 해당 퇴직연금 금액(부담금에 운용수익을 더한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가집니다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34711 판결 참조). 민법 제404조 제1항에 따른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는 채무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채권자가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는 경우에 허용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D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D가 피고에게 가지는 퇴직연금 지급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필요성이 인정되었습니다. 채권자대위권 행사 시 보전의 필요성은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과 대위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9다22920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채무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점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관계 등을 통해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무자의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금전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에서 확정판결이 선고될 경우 일정 시점(일반적으로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연 12%로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임원이나 대주주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워 퇴직금 청구권이 없을 수 있으므로 퇴직연금 제도 가입 시 신중해야 합니다. 임원 퇴직금 지급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나 명확한 임원처우규정이 없다면 임원의 퇴직금 청구권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임원에게 납입된 퇴직연금 부담금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득으로 판단될 경우 회사는 해당 임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임원의 퇴직연금 지급청구권을 채권자대위권으로 행사하여 퇴직연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때는 채무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채권자가 채권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채무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거나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특별한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규약이나 운용관리 계약의 내용에 따라 위탁자(회사)가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직접 납입금을 반환받는 것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