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택시운전기사들이 소속 택시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최저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택시회사와 노동조합이 맺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에서 3시간으로 단축하는 합의의 유효성 여부였습니다. 운전기사들은 이 합의가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 적용을 피하려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실제 근무 형태의 변화 없이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합의는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시도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과 퇴직금을 재산정하여 운전기사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택시회사가 반소로 청구한 추가 사납금은 기각했습니다.
피고 회사(당시 A 합자회사)는 2009년 노동조합과 1일 6시간 40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사납금 65,000원을 납입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7월 1일부터 개정 최저임금법(제6조 제5항)이 시행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되자,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1년 4월 1일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사납금을 73,000원으로 인상하는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원고인 택시운전근로자들은 회사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며 미지급 최저임금과 이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승계참가인(B 주식회사)은 이 합의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만약 무효라면 회사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추가 사납금을 반소로 청구했습니다.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 해당 합의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잠탈하려는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최저임금 미달액 및 미지급 퇴직금 산정 방법,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그리고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일 경우 택시회사가 운전기사들에게 추가 사납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반소원고) 승계참가인이 원고(반소피고)들에게 최저임금 미달액과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연장근로수당 및 야간근로수당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피고 승계참가인의 반소 청구(추가 사납금 청구) 역시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원고들이 40%, 피고 승계참가인이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택시회사와 노동조합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운전기사들에게는 종전의 소정근로시간(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산정된 최저임금 미달액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무효를 이유로 추가 사납금을 요구하는 반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및 입법 취지: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합니다. 이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법원은 실제 근무 형태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여 외형상 시간당 고정급을 높이는 행위는 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탈법행위로 보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사업장 밖 근로 간주근로시간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적용됩니다. 법원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시간과 운송수입금은 운행기록장치 등으로 파악 및 관리가 가능하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지만,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부정해야 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 4. 18. 선고 2016다2451)의 법리를 따라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로 인정되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가 되며, 이 경우 무효가 된 부분은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 봅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 수 산정): 월 단위 임금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는 방법과 '1개월의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 수'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하며, 2019년 1월 1일 이후에는 주휴시간을 포함하도록 개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했습니다.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비교대상 임금의 범위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구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의2):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임금은 단체협약 등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되는 기본급, 근속수당, 만근수당, 승무수당, 성실수당, 상여금 등입니다. 야간근로수당 및 연차휴가 근로수당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므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미지급 퇴직금 산정 법리: 최저임금 미달액이 있는 경우, 퇴직일 이전 3개월간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실제로 지급된 임금뿐만 아니라 법정 최저임금에 따라 지급되었어야 할 임금 중 미지급된 금액을 포함하여 계산합니다.
소멸시효의 중단 (민법 제166조 제1항 및 대법원 2001. 9. 28. 선고 99다72521 판결):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 사유가 없는 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시효가 진행됩니다. 그러나 채권의 일부만을 청구했더라도 그 취지가 채권 전부에 대해 판결을 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 그 동일성 범위 내에서 전부에 관하여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단체협약 등 노사 합의의 내용이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강행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법률행위 일부 무효 및 민법 제137조, 근로기준법 제15조: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인 경우 그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최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은 해당 부분만 무효가 되고 그 부분은 법정 기준으로 보충된다는 특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해서 사납금 조항까지 무효가 되어 사납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민법 제109조): 법률행위 당시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달았거나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한 경우에 착오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착오로 볼 수 없으므로, 회사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로 판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오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근무시간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형식적으로만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는 최저임금법과 같은 강행규정을 회피하려는 탈법행위로 보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법상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 시, 초과운송수입금과 같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산입되지 않으며, 고정급만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고정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지급 퇴직금은 퇴직일 이전 3개월간 지급되었어야 할 최저임금을 포함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재산정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되지만, 소송 제기 시 전체 채권에 대한 청구 의사가 명확했다면 구체적인 금액이 나중에 확정되더라도 최초 소 제기 시점부터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동관계 법령을 위반한 합의에 대해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만을 이유로 무효 주장을 배척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해서 회사가 운전기사들에게 추가 사납금을 소급하여 요구하는 것은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