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폐기물처리업체가 기존 사업장의 도시개발구역 지정으로 인해 새로운 부지로 시설 이전을 추진하며 도시관리계획 입안을 제안했으나, 시장이 이를 거부하자 거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시장의 입안 거부 결정이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으며, 신뢰보호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1980년대부터 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기존 사업장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자, 새로운 부지인 E 공공주택지구 내 특별관리지역(이전부지)으로 폐기물처리시설 이전을 추진했습니다. 2018년 3월, B시장은 A 주식회사의 사업변경계획서에 대해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관련 부서 검토 의견 회신 조건 선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적정 통보를 했습니다. 이후 A 주식회사는 2020년 2월 B시장에게 이전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입안을 제안했으나, B시장은 2020년 3월 '공공주택 특별법 및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배, 공익성 부족, 규모의 적정성 위배, 심각한 공공갈등 및 주민피해 유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입안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거부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가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으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고 과거 조건부 적정 통보 등으로 부여한 신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B시장)의 도시관리계획 입안 거부 결정이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는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지, 그리고 과거 조건부 적정 통보 등으로 부여한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B시장)가 내린 도시관리계획 주민제안 입안 거부 결정은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B시장의 도시관리계획 입안 거부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B시장이 거부 사유를 다소 추상적으로 기재했지만, 원고가 피고와의 사전 협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참석, 이의신청서 제출 등을 통해 거부 사유를 충분히 인지했으므로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 위반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 법원은 원고가 제안한 폐기물처리시설의 면적 20,407㎡가 특별관리지역 내 허용 기준인 1,000㎡를 현저히 초과하여 공공주택 특별법을 위반하며, B시 자체 폐기물 처리와 무관하여 공익성이 부족하고, 종전 시설 대비 과도한 규모(1일 511톤, 허용 보관량 7,674톤)로 환경에 미칠 영향이 커 '규모의 적정성 위배'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인근 주민들의 환경오염 우려와 지방하천 수질 악화 가능성, 주유소 인접으로 인한 화재 위험 등이 있어 '심각한 공공갈등 및 주민 피해 발생 우려'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환경오염은 사후 규제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만큼 사전 예방이 중요하며, 행정주체는 행정계획 수립에 있어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폐기물처리업 사업계획 적정 통보와 도시관리계획 입안 수용은 제도적 취지와 고려 사항이 다르므로, 적정 통보만으로 입안 수용을 약속한 공적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제시했던 문건 내용도 '환경오염 방지 등 조건 충족 시 이전 가능'을 의미할 뿐 무조건적인 허용이 아니었으며, 원고의 제안에 하자가 있었으므로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주요 법령과 법리들을 적용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이유 제시 의무):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는 그 근거와 이유를 당사자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행정의 자의적 결정을 방지하고 당사자가 불복 절차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처분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처분 과정 전반을 통해 당사자가 충분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사전 협의 및 이의신청 과정에서 처분 사유를 충분히 인지했다고 보아 이유 제시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2항 및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157조: 도시ㆍ군계획시설의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특히 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시설의 경우 '주민 보건위생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없는 지역에 설치할 것', '환경오염 문제를 고려할 것', '해당 시ㆍ군의 폐기물처리계획 및 대책을 고려할 것' 등을 결정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입안 제안이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음을 거부 사유로 제시했고, 법원은 이를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공공주택 특별법 제6조의3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별표 1] 제1호 가.목 5) 등: 공공주택지구 내 특별관리지역에서는 건축물 건축 등 행위가 제한되며, 예외적으로 이전ㆍ입지가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시설은 허용될 수 있으나, 그 부지 면적을 1,000㎡ 이하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안한 시설의 면적 20,407㎡는 이 기준을 현저히 초과하여 법 위반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참고로, 같은 법 제6조의3 제3항 및 시행령 제9조는 특별관리지역에서 해제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제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행정계획에 대한 행정주체의 형성의 자유 및 재량권: 행정계획은 전문적ㆍ기술적 판단에 기반하여 장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 기준이므로, 행정주체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데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재량권)를 가집니다. 특히 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재량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형평성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원칙을 들어 B시장의 입안 거부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헌법 제35조 제1항 및 환경정책기본법: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환경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 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환경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후 규제만으로는 피해 회복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경권 보호의 입법 취지를 재량권 심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신뢰보호원칙: 행정청의 공적 견해 표명을 신뢰하여 국민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상의 폐기물처리업 사업계획 적정 통보와 국토계획법상의 도시관리계획 입안 수용은 각기 그 제도적 취지와 결정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다르므로, 적정 통보만으로 도시관리계획 입안 수용에 대한 공적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의 조건부 적정 통보가 도시관리계획 입안 수용에 대한 약속이 아니었으며, 원고의 제안에 하자가 있었으므로 신뢰보호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본안전항변에서 공공주택 특별법 제11조 제1항이 언급되었는데, 이는 주택지구 지정 의견청취 공고만으로는 건축 등 행위가 제한되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본안 판단과는 별개의 절차적 쟁점이었습니다.)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수반하는 사업을 추진할 때는 관련 법규(공공주택 특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및 조례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특별관리지역과 같이 개발이 제한되는 구역에서는 허용되는 시설의 종류, 규모 등 구체적인 제한 사항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행정청이 '조건부'로 어떤 계획에 대해 적정 통보를 한 경우, 이는 최종적인 허가가 아니며 제시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다음 단계로 진행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조건부 통보를 맹신하여 투자를 진행하기 전에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그리고 최종 승인 가능성이 높은지 면밀히 평가해야 합니다. 폐기물처리시설과 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할 수 있으므로, 제안 단계부터 주민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충분히 소통하고, 환경오염 방지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여 주민 피해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해당 지역의 공익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예: 지역 폐기물 처리 기여도)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시설의 규모가 해당 지역의 수요나 환경 수용 능력을 넘어설 경우, '규모의 적정성 위배'로 거부될 수 있으므로 과도한 규모의 시설 설치 계획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행정청과의 협의 내용을 단순히 구두로만 파악하기보다, 공적인 문서(예: 공문, 회의록 등)를 통해 명확히 확인하고, 해당 문서가 어떤 법적 효력을 가지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담당 공무원의 의견이나 비공식적인 문건은 공적 견해 표명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