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국토교통부장관이 한국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고시의 무효 확인을 구한 소송에서, 법원은 해당 고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며 원고들에게 법률상 이익도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한 사건입니다.
H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하여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관계기관에 한국산업은행 지방 이전 관련 절차를 적극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은 이에 동의하는 의견을 제출했고, 금융위원회는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한국산업은행을 지방 이전 대상 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심의 안건을 보냈습니다. 이후 국토교통부장관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2023년 5월 3일 한국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고시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은 이 고시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한국산업은행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 여부와,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에게 이 고시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한국산업은행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고시가 다른 집행 행위의 매개 없이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령 이를 행정처분으로 보더라도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이 고시로 인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행복추구권,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선택 및 수행의 자유 제한, 근로환경 및 근로조건 불이익 등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공익 추구의 결과로 인한 일반적·간접적인 영향에 불과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과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의 개념이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12조 (취소소송의 원고적격)는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고시로 인해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해가 법률이 보호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아닌 일반적·간접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률에 따라 권리를 설정하고 의무를 명하며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여야 합니다. 이 사건 고시는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제1항에서 본점을 서울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고시만으로는 지방 이전이 확정되지 않고 법률 개정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하므로, 직접적으로 원고들의 권리·의무에 변동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구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및 구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전 공공기관 '지정' 자체에 대해 종사자의 권리나 의무 등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 법들은 주로 이전 계획 수립 단계 이후의 지원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행정청의 행위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소송 제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행정 절차의 일부이거나, 후속 조치가 필요한 중간 단계의 행위는 곧바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자신의 이익이 단순히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에 그치지 않고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법률상 이익'인지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공공 정책으로 인한 일반적, 간접적인 불이익은 법률상 이익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이전과 같이 여러 단계의 절차와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초기 단계의 행위가 최종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