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이 사건은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원고 회사가 F 그룹에 속했던 피고 회사들과 맺은 물류용역계약 및 상품공급계약이 해지된 것을 두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액은 얼마인지를 다툰 사건입니다. 피고들은 원고가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관계를 파괴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원고가 물류용역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었음에도 피고들이 계약 이행을 거절했으므로, 피고들의 이행 거절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었고 피고들이 원고에게 미지급된 용역대금 및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는 2004년에 F 그룹에 인수된 후 2011년 흡수합병을 통해 F 그룹 소속 회사들에게 상품을 독점적으로 제조·공급하고 물류용역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F 그룹은 원고의 상장 실패 후 2013년 6월 28일 원고를 L펀드의 M회사에 1,130억 원에 매각했고, 동시에 원고는 피고들과 독점적인 상품공급계약 및 물류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원고의 최대 주주가 바뀌어도 유지되며, 원고의 영업이익률이 15.7%에 미치지 못하면 피고들이 차액을 지급하고 용역대금을 상향 조정하며, 초과하면 하향 조정하도록 하는 중요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주식매매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했고, 2017년 2월 국제중재법원이 피고 B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정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심화되었습니다. 2017년 3월 28일 피고들은 원고에게 랩핑광고 원상회복, 오후 3시 이전 배송 완료, 온도기록지 제출 등 시정 조치를 요구했으나, 원고는 부당하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피고들은 2017년 4월 5일 원고의 계약 위반 및 신뢰관계 파괴를 주장하며 물류용역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들의 해지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며 2017년 6월 20일까지 여러 차례 물류용역 수령 및 대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피고들은 거절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피고들의 이행 거절을 이유로 2017년 6월 30일 물류용역계약을 해지 통보했고, 이는 2017년 7월 3일 피고들에게 도달했습니다.
이후에도 피고들은 2017년 10월 30일 원고의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상품공급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원고는 이 또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2018년 2월 22일 피고들의 이행 거절 등을 이유로 상품공급계약을 해지 통보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물류용역대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들 간의 물류용역계약이 당사자 일방이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는 '위임계약'인지, 아니면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인지 여부. 둘째, 피고들이 주장하는 원고의 랩핑광고 변경, 지연 배송, 온도기록지 미제출, 영업비밀 침해, 그룹웨어 무단 접속 등이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 파괴'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피고들의 해지 통보가 부적법할 경우, 피고들의 물류용역 수령 거부가 '채무 불이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원고의 해지 통보가 적법한지 여부. 넷째,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될 경우,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물류용역대금과 손해배상액의 구체적인 범위와 산정 기준(계약 종료일, 영업이익률, 현재가치 할인율 등)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주장하는 계약 해지 사유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들의 계약 이행 거절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해지 통보를 적법하다고 보아 피고들에게 미지급 물류용역대금과 함께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계속적 계약 관계에서 일방적인 해지의 적법성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이 적용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538조 제1항 (채권자 위험부담주의): 쌍무계약(서로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에서 채권자(이행을 받을 사람)의 책임 있는 사유로 채무(의무)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채무자(의무를 가진 사람)는 자신의 채무를 면하지만, 채권자에게 반대급부(예: 대금)를 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물류용역을 제공할 준비를 마쳤음에도 피고들이 부당하게 그 수령을 거부한 것이 채권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물류용역을 제공하지 못했더라도 피고들에게 용역대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속적 계약의 해지 요건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59629 판결 참조 법리): 계속적 계약(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행되는 계약)은 당사자 간의 신뢰를 기초로 합니다. 따라서 일방의 부당한 행위로 인해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상대방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중대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계약을 체결한 경위, 당사자 관계, 계약 내용, 이행 정도, 해지에 이르게 된 과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해지 통보 시 명시한 사유나 통보 이전에 상대방이 해지 이유를 인식할 수 있었던 사유에 한정하여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주장한 사유들이 이러한 '중대한 신뢰관계 파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피고들의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게 되었습니다.
계약의 성질 구분 (도급 vs 위임): 민법은 계약의 성격에 따라 해지 요건을 다르게 규정합니다. '위임계약(민법 제689조 제1항)'은 당사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무 처리 활동 자체를 목적으로 하므로 원칙적으로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도급계약'은 특정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며, 일방의 자유로운 해지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물류용역계약은 단순히 용역 제공 활동이 아니라 '정해진 물류용역의 제공'이라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고, 강한 유상성을 가지며 원고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등 도급의 성질이 강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자유로운 해지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계약 내용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면, 채무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채무불이행이 없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이행이익)을 원칙으로 합니다.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증명할 때는 과거 사실 증명보다 증명도를 경감하여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상당한 개연성 있는 이익'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상 원고의 영업이익률 15.7% 보장 조항을 근거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