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독일의 기술 자문 회사인 원고 A회사가 한국의 산업용 밸브 생산 회사인 피고 B주식회사를 상대로 기술 및 서비스 제공 계약에 따른 미지급 용역비와 밸브 부품 공급에 따른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계약 해지가 인정되지 않아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으며 원고가 2015년 12월까지는 용역 제공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하여 미지급 서비스 비용과 물품대금의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회사와 피고 B주식회사는 2008년 12월 2일 원고가 피고에게 10년 동안 밸브 설계 관련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피고가 실비보상기준의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는 기술 및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09년 6월 서비스 비용을 월 25,000유로의 월정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추가 약정을 맺었습니다. 원고는 2008년 12월부터 피고에게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했고 피고는 2012년 11월까지의 비용을 지급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2011년 5월 9일부터 2013년 4월 8일까지 밸브 부품을 피고에게 공급했습니다. 피고는 2012년 10월경 구두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원고가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으며 2012년 12월 21일 회의에서 피고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2013년부터는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원고가 동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매출 급감과 원고의 설계도면 지연 및 오류 등을 이유로 독일 민법 제314조 제1항에 따른 중대한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주장하며 서비스 비용 지급 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원고는 2012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의 미지급 서비스 비용과 물품대금을 청구하며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고 자신은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의 기술 및 서비스 제공 계약이 합의로 해지되었는지 혹은 피고의 일방적인 해지 통지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피고가 원고에게 2012년 말 이후로도 계약에 따른 기술 및 서비스를 계속 제공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가 피고에게 추가로 청구한 밸브 부품 대금이 기존 제품의 하자 보수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구매 계약에 따른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될 준거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회사가 청구한 미지급 서비스 비용 1,177,007,000원과 물품대금 17,003,615원, 총 1,194,010,61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피고 B주식회사가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의 2/3는 피고가, 1/3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간의 기술 및 서비스 제공 계약이 피고의 주장과 달리 합의 해지되거나 피고의 일방적 해지 통지로 적법하게 해지되지 않고 2015년 12월까지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으며 원고가 그 기간 동안 계약상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2년 12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의 미지급 서비스 비용 월 25,000유로(총 37개월분)와 상계 후 남은 미지급 밸브 부품 대금 13,363유로를 당시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단 원고가 추가 청구한 특정 밸브 부품 대금은 하자 보수 목적의 재공급으로 보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는 국제 계약의 특성상 여러 법률과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용역 제공이 주된 내용이므로 용역 제공자인 원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독일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준거법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둘째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 제1조 제1항은 영업소가 다른 국가에 소재한 당사자 간의 물품매매계약에 적용되므로 물품대금 청구 부분에는 CISG가 독일법보다 우선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CISG 제46조 제2항은 물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하자 없는 대체품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재공급한 밸브 부품이 새로운 구매가 아닌 하자 보수 목적의 대체품으로 판단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셋째 독일 민법 제314조 제1항은 계속적 채무관계에서 계약 존속이 불가능한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각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피고는 매출 감소와 원고의 불성실한 이행 등을 중대한 사유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계약 존속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독일 민법 제320조 제1항은 동시이행항변권을 규정하여 상대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피고는 원고가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서비스 비용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2015년 12월까지 의무를 이행했음을 인정하여 피고의 동시이행항변을 일부 배척했습니다.
유사한 국제 계약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의 변경, 수정, 추가 또는 종료 시에는 반드시 서면 합의를 통해 명확히 문서화해야 합니다. 본 사건의 경우 계약서에 '양 당사자 사이에 권한 있는 대리인이 서명한 서면 동의에 의하지 않고서는 계약을 변경, 수정, 추가하거나 끝낼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음에도 피고는 구두 합의 및 일방적 해지를 주장하여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둘째 계약 해지의 '중대한 사유'는 당사자가 계약 존속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이고 중요한 사정 변경이어야 하며 단순히 매출 감소와 같은 경영상의 어려움만으로는 쉽게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계속적 용역 제공 계약에서는 용역 제공의 이행 여부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록과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원고는 2015년 말까지의 용역 제공 사실을 인정받았으나 그 이후의 용역 제공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여 해당 기간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넷째 국제 계약의 경우 어떤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지(준거법)에 따라 계약 해석 및 효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시 준거법 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국제사법에 따라 독일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었고 물품 매매 부분에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이 우선 적용되었습니다. 다섯째 공급한 물품에 하자가 발생하여 대체품을 재공급하는 경우 이는 하자 보수의 일환으로 보상 없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새로운 구매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