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거액의 보험 여러 개에 가입한 뒤 해외 호텔 발코니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자, 그의 아내와 자녀들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남편이 처음부터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낼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하여, 이들 보험 계약이 사회 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 보험금 지급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망인은 약 2억 3천만 원 상당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그보다 더 많은 채무를 지고 있었으며 일정한 수입도 없었습니다. 이혼 위기에 처한 내연녀로부터 3억 원의 투자금 반환 독촉까지 받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 속에서 망인은 2014년 11월과 12월, 해외 출국 직전 총 18억 원이 넘는 고액의 상해보험 계약들을 여러 보험 회사와 집중적으로 체결했습니다. 특히 사망하기 전 아버지에게 '심신 미약에서 추락사', '사고사로 위장해서 애들한테 돈 물려주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망인은 2015년 1월 6일 태국 방콕의 한 호텔 26층 발코니에서 사진 촬영을 요청한 뒤 발코니 벽 위에서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원고들은 망인이 발코니 벽에서 내려오다 실족한 우연한 사고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피고 보험 회사들은 망인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계약했거나 자살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이 발생했습니다.
망인의 사망이 단순한 사고였는지 또는 고의적인 자살이었는지 여부, 그리고 망인이 처음부터 보험금을 부당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 계약을 체결했는지(즉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망인이 보험금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해당 보험 계약들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법원은 망인이 과도한 채무와 내연 관계 악화 등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거액의 상해보험 계약들을 집중적으로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보험사고를 위장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던 점, 사망 경위가 우연한 사고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망인이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낼 목적으로 이 사건 보험 계약들을 체결했다고 추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보험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적용된 법리는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한 것입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보험 계약자가 다수의 보험 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사행심을 조장하고 보험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여 사회적 타당성을 벗어나므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봅니다. 이러한 목적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 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 상태, 다수 보험 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 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 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여러 간접적인 사실들을 종합하여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보험료를 내는 다수의 보험에 단기간에 집중 가입했거나, 보험모집인의 권유와 달리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의해 과도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한 상법 제659조 제1항에서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때에도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제하는데, 이는 보험 계약 약관에도 일반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민법 제103조에 따라 보험 계약 자체가 무효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상법 제659조 제1항의 자살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고액의 보험 계약을 단기간에 여러 건 체결하는 경우, 특히 경제적 상황이나 기존 수입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면 보험금을 부정하게 타낼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 계약자가 계약 당시 자신의 건강 상태, 직업, 수입 등에 대해 허위로 고지했거나, 보험 사고가 발생하기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고를 위장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기록이 있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을 추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보험 사고의 발생 경위가 통상적인 사고와 달리 비합리적이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면, 고의적인 사고 또는 자살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보험금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한 보험 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반하는 법률 행위'로 보아 무효가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