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자동차 제조회사 H의 연구소에서 신차 개발을 위한 도장 업무를 수행하던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4명(원고 D, E, F, G)이 H사를 상대로 자신들을 불법 파견된 근로자로 인정하고 직접 고용과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H사의 연구개발 업무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H사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일했다고 판단하여, 불법 파견 관계를 인정하고 H사에게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고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피고 H 주식회사는 자동차 연구·개발을 위한 I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신차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시험용 차량(J차)의 도장 업무를 사내 협력업체에 도급을 주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H 주식회사의 I연구소 내 도장 공정에서 실러 도포 및 연마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H 주식회사의 연구개발 업무에 필수적인 도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H 주식회사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으므로 H 주식회사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H 주식회사가 사내 협력업체와 체결한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는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 관계가 불법 파견으로 인정될 경우 H 주식회사에게 직접 고용 의무와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H 주식회사가 원고들을 불법 파견한 것으로 인정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명목상 도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제 근로 관계의 실질이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 의무와 그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함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 업무와 같이 원청의 핵심 업무에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에서의 위장 도급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파견 기간 만료로 자동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지는 않고, 사용사업주에게 고용 의무 이행을 위한 의사표시를 할 의무만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조 제1호(정의):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H 주식회사가 명목상 '도급' 계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파견근로의 정의에 해당하는 지휘·명령 관계가 존재한다고 본 것입니다.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제1항(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 의무 등):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원고들이 H 주식회사에 고용된 날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근무했으므로, H 주식회사에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도급과 근로자파견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제3자의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 여부 △근로자의 제3자 사업에 실질적 편입 여부 △원고용주(협력업체)의 독자적 근로자 관리 권한 여부 △계약 목적의 구체성 및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여부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H 주식회사가 원고들의 업무 내용, 방법, 작업량 등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원고들의 업무가 H 주식회사의 핵심 연구개발 업무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 등이 불법 파견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청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원청 직원의 업무와 구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하여 불법 파견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