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29명의 근로자들이 공단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신설한 보수규정 부칙으로 인해 기존 비정규직 근무 경력을 초임연봉 산정에서 제외하여 임금상 불이익을 받았다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기존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의 경력 통산 원칙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가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단이 신설한 보수규정 부칙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며, 근로자들의 동의는 사용자 개입·간섭 하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해당 보수규정 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공단에 원고들의 기존 경력을 인정하여 재산정된 임금 차액과 장기근속수당을 연 20%의 지연이자와 함께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07년 7월 1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전후하여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2007년 6월 30일 기준으로 상시적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비정규직 근로자 64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공단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상승 부담 완화와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전환자들을 기존의 일반직 6급으로 편입시키되 보수규정 내 부칙을 삽입하여 기존 비정규직 근무 경력을 초임연봉 산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원고들을 포함한 전환 대상자들은 이 내용이 포함된 '일반직 6급 전환 신청(동의)서'를 제출했고, 2007년 10월 1일 변경된 보수규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러한 보수규정 개정이 기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한 것이며, 이에 대한 동의가 사용자 개입 하에 이루어져 유효하지 않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결여되었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및 장기근속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원고들이 변경된 규정 이후에 정규직이 되었으므로 변경된 규정을 수용해야 할 지위에 있으며, 불이익은 단순한 기대이익 침해에 불과하고, 전환 과정에서의 동의가 유효했고, 보수규정 개정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보수규정 부칙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면, 근로자들의 동의가 근로기준법상 유효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해당 보수규정 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어 근로자 동의 없이도 유효한 변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비정규직 근무 기간이 장기근속수당 산정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개정된 보수규정 부칙 제2조가 원고들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정규직 전환 이전의 경력을 인정받아 임금 및 장기근속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은 불이익하게 신설된 보수규정 부칙에도 불구하고 일반직 6급 직원으로서의 등급에 해당하며, 이에 따른 임금 및 수당 차액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주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변경 효력과 관련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과 동의 절차: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동의 없이 이루어진 불이익 변경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이 사건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의 기존 경력 산정을 배제한 보수규정 부칙의 삽입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보았습니다.
2. 집단적 동의의 유효성 요건: 근로자들의 동의는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이루어진 집단적 의사결정이어야 합니다. 사용자가 동의를 강요하거나, 변경된 근로조건 수용이 다른 이익(예: 정규직 전환)의 전제조건이 되는 경우 그 동의의 유효성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정규직 전환 신청서 작성이 '기존 경력 불인정'이라는 불이익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 절차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사용자 측의 사실상의 개입·간섭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동의가 유효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3. 사회통념상 합리성: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한 근로자 동의가 없더라도, 변경의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 조치(다른 근로조건 개선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매우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예산 부족, 전환자 간 형평성 문제 등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기존 경력 불인정 조항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기대이익과 기득이익: 기존에 확정적으로 누리던 이익(기득이익)을 침해하는 변경은 불이익 변경으로 보지만, 장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기대이익)의 침해는 신규 취업 근로자에게는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다툴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 근로자들이 기존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 하에서 비정규직 경력 통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대를 가졌다고 보아, 이는 단순한 기대이익이 아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5.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간제법): 이 법률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사건 정규직 전환의 배경이 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관련이 깊습니다. 법원은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현실적 처우개선과 근무경력 인정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었다는 점 등을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의 변경이 개인의 근로조건에 불이익하게 작용할 때는 변경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동의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정규직 전환과 같이 고용 형태가 변경되는 중요한 시점에는 임금, 승진, 퇴직금 산정 등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확인하고, 특히 기존 경력 인정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불리한 근로조건 변경을 요구할 경우, 개별적인 동의보다는 노동조합 등 근로자 집단의 의견을 모아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경우, 법적 분쟁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자의 개입·간섭 여부, 변경의 필요성, 근로자에게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 정책에 따른 고용 형태 변화 시에도 근로자들의 기득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법규와 대책 내용을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인사규정, 보수규정 등 모든 관련 서류를 보관하여 자신의 근로조건 변화를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