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재단법인으로부터 우편물 운송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운송기사들이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단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운송기사들의 업무 내용, 피고의 지휘·감독 정도, 보수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들이 근로자라고 판단하였고, 피고에게 미지급 퇴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피고 재단법인 E는 우정사업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우편물 운송 사업을 직영 운송, 위탁업체 운송, 그리고 퇴직 직원이나 공개 모집 개인 차주와 위탁운송계약을 맺는 방식 등으로 운영했습니다. 원고 A과 망 B는 피고의 퇴직 직원과 유사한 형태로 운송 사업권을 보장받는 '내부 아웃소싱 수탁자'로 분류되어 2008년 10월 30일부터 피고와 우편물 위탁운송계약을 체결하고 1년 단위로 계속 갱신하며 우편물 운송 업무를 장기간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으로 일했다고 주장하며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이 개인 사업자에 불과하므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피고는 과거에 외부 아웃소싱 수탁자들과의 소송에서도 근로자임을 인정받아 패소한 전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우편물 위탁운송계약을 맺고 일한 운송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피고는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또한, 퇴직금 산정 시 과거 다른 법인에서의 근무 기간을 포함할지 여부와 운송료 중 실비변상 목적의 비용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할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 A에게 88,928,000원과 지연이자를, 원고 C에게 24,420,600원과 지연이자를, 원고 D에게 16,280,400원과 지연이자를 각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가 운송업무 내용을 정하고,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했으며, 엄격하게 근태 관리와 교육을 실시하고, 원고들이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피고가 주장한 과거 근무 기간 제외나 실비변상 비용 공제,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 등은 모두 배척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2.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이 법은 근로자의 퇴직 이후 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계속근무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이 법에 따라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신의성실의 원칙 (민법 제2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피고는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가 재정적 어려움을 초래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경영상 어려움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고, 원고들의 정당한 퇴직금 청구를 이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4. 평균임금 산정: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피고는 운송료에 유류비 등 실비변상적인 비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를 평균임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실비변상 목적으로 별도 금전을 지급했다는 증거가 없고, 계약서상 명시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계약서상 명칭이 '위탁' 또는 '도급'이라 할지라도, 실제 업무 환경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업무 내용, 근무 시간 및 장소가 정해져 있으며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근로 관계의 종속성 여부입니다. 사업자등록 여부나 4대 보험 미가입,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미실시 등의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쉽게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유사한 상황에 있다면 자신의 업무 실질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 다른 법인에서 근무한 기간이 현재 사용자와의 법인 통합 등으로 인해 법률관계가 승계되었다면, 그 기간도 전체 근속 기간에 포함되어 퇴직금 산정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