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건축물 리모델링 공사의 감리 용역 계약을 맺은 감리업체가 시행사에 미지급된 감리 용역비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시행사는 감리업무의 하자를 주장하며 용역비 지급을 거부하고 손해배상 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감리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지급된 용역비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건축법 관련 분쟁 발생 시 건축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시행사가 주장하는 하자에 대한 감리업체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는 2014년 10월 1일 피고인 B 주식회사와 F빌딩 리모델링 공사에 대한 건축감리계약을 6천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체결하고 감리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의 감리 덕분에 피고는 2015년 9월 7일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감리 용역대금 6,600만 원(부가세 포함)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미지급 용역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첫째, 감리계약서에 따라 분쟁 발생 시 건축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원고가 이를 따르지 않았으므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원고의 감리업무가 부실하여 10층 외부재를 유리 대신 렉산으로 변경 시공하면서 건축법 위반 소지가 발생하고 누수 문제가 생겼으며, 1층 홀 복도 바닥 공사와 방화문 틀 시공도 잘못되어 총 1억 3,964만 5,955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이 손해배상채권을 감리 용역비와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고는 10층 렉산 변경 시공은 피고 측이 공사비 절감을 이유로 직접 시공자와 협의하여 변경한 것이며, 1층 홀 복도 및 방화문 틀 공사는 사용승인 후 피고가 직영으로 진행했거나 원고의 감리 범위(소방감리 제외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감리업체가 수행한 건축감리 용역비의 지급 의무 유무 시행사가 주장하는 감리업체의 감리 소홀로 인한 하자 발생 여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유무 계약서상 분쟁조정 절차(건축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 소송의 적법성 여부
피고(시행사)는 원고(감리업체)에게 미지급된 용역대금 6,600만원과 이에 대한 2016년 10월 18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이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감리업체가 감리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고 시행사가 주장하는 감리 소홀로 인한 하자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시행사가 감리업체에 미지급한 용역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또한, 건축분쟁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건축감리자의 책임 범위와 건축분쟁조정 절차의 법적 효력에 대한 법리가 주로 다루어졌습니다.
1. 건축감리자의 책임: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15호, 건설기술관리법 제2조 제9호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단순히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공사가 설계도서와 관계 서류 내용에 적합하게 시공되는지, 건축자재가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설계도서가 지형에 적합한지, 시공계획이 재해 예방 및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여 설계 변경 필요 여부를 판단하고, 위반사항이나 문제점을 발견하면 시공자와 발주자에게 시정을 통지해야 할 기술지도 및 감독권한 대행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감리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법원 2001. 9. 7. 선고 99다7036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10층 외부재 렉산 변경 시공에 대해 건축법 위반 여부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감리자로서 원고에게 이러한 검토 및 고지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해당 변경 시공으로 인해 피고에게 확정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누수 손해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건축물의 방화지구 내 내화구조 의무: 건축법 제51조 제1항 본문에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7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방화지구 안에서는 건축물의 주요구조부와 외벽을 내화구조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건물은 방화지구에 위치해 있었고, 10층 외부재를 불연재가 아닌 렉산으로 변경 시공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3. 건축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 건축법 제89조 제8항 및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의8 제2항에 따르면, 건축분쟁전문위원회(과거 건축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사건의 처리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한쪽 당사자가 소를 제기하면 조정 등의 처리를 중지하고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축법 제96조 제4항, 제99조에 의하면 건축분쟁전문위원회에서 조정이나 재정이 이루어지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될 뿐, 재판상 화해와 같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법원은 계약서에 건축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되어 있더라도, 이 조항을 민사소송 절차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소송 제기 이전에 반드시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함을 약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가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소송이 부적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건축 공사 관련 감리 계약 시, 용역의 범위와 책임 한계를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건축감리, 전기감리, 소방감리 등 여러 감리가 필요한 경우 각 감리업무의 범위를 세분화하여 계약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계약 당사자 간 합의로 설계 변경이나 자재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반드시 변경 사항을 서면으로 기록하고, 해당 변경이 관련 법규(예: 건축법, 소방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건축 전문가나 감리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법규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 감리자로부터 명확한 의견을 듣고 진행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건축물의 사용승인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나 하자, 또는 사용승인 이후 진행된 공사로 인한 문제는 감리업체의 책임이 아닌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 발생 시점과 해당 공사의 주체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 분쟁조정 절차가 명시되어 있더라도, 건축법상 건축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는 소송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강제 사항이 아닐 수 있으며, 조정 결정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분쟁 발생 시 전문가와 상의하여 최적의 분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