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H과 I 부부가 자녀 A, C과 며느리 B, D에게 부동산 지분을 증여한 후, 원고들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증여세를 신고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세무서는 자체 감정평가를 통해 원고들이 신고한 가액보다 높은 감정가액을 시가로 보아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과세관청의 감정 의뢰 권한과 선별 감정의 합리성은 인정했으나, 증여일과 감정평가 기준일 사이에 약 3개월의 시간 경과와 상당한 가격 변동이 있었으므로, 세무서가 적용한 감정가액을 증여 당시의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심과 2심 모두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며 세무서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9년 7월 29일, H과 I 부부는 자신들이 소유한 서울 양천구 소재 토지와 건물(총 456㎡ 대지 및 7층 근린생활시설, 업무시설)의 지분을 아들(A, C)과 며느리(B, D)에게 증여했습니다. 원고들은 2019년 10월 23일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해당 부동산 가액을 약 39억 5천만 원으로 평가하여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했습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4월경 두 감정평가법인에 가격산정 기준일을 2019년 10월 27일로 정하여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했습니다. 감정평가 결과, 부동산의 평균 감정가액은 약 61억 9천만 원으로, 원고들이 신고한 가액보다 약 22억 원 높게 산정되었습니다. 이에 피고(양천세무서장, 삼성세무서장)는 이 감정가액을 시가로 보아 2020년 9월 2일 원고들에게 약 22억 원에 대한 추가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증여세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의신청과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첫째,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 과세관청이 직접 감정을 의뢰하여 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둘째, 과세관청의 비주거용 고가 부동산에 대한 선별적 감정 의뢰가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 셋째, 증여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산정된 감정가액이 증여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피고(세무서)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판결과 같이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법원은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신고 가액이 시가와 현저히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직접 감정을 의뢰하여 시가를 파악하는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정당한 권한 행사이며, 특정 유형의 부동산에 대한 선별적 감정이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증여 재산의 시가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일과 감정일 사이에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증여일(2019년 7월 29일)과 감정평가 기준일(2019년 10월 27일) 사이에 약 3개월의 시간 경과가 있었고, 이 기간 동안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상당한 가격 변동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감정평가법인들이 시점수정을 거쳐 산정한 가액과 세무서가 적용한 감정가액에 차이가 있었고, 일반적인 지가변동율만으로는 개별 토지의 정확한 가치 변동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세무서가 부과한 증여세의 기준이 된 감정가액은 증여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아, 세무서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평가원칙): 이 법은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되는 통상적인 가액으로, 수용가격, 공매가격, 감정가격 등이 포함됩니다. 시가 산정이 어렵거나 시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법률이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과세관청이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상황에서 감정을 의뢰하여 얻은 가액도 시가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 의뢰는 조세채무 확정을 위한 과세관청의 정당한 권한에 속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평가기간 및 시가 인정 범위): 이 시행령은 시가로 인정되는 매매, 감정, 수용, 경매, 공매가 있었던 기간을 평가기준일 전후 일정 기간(증여재산의 경우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까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을 벗어나더라도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 또는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기간 중 매매 등이 있고,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가액을 시가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의 해석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용어를 단순히 객관적인 사유(형질변경, 도시계획변경 등)뿐만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 변동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증여일과 감정평가 기준일 사이에 지가 상승 등 상당한 가격 변동이 있었다면, 과세관청이 제시한 감정가액을 증여 당시의 시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세법률주의 및 실질과세 원칙: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을 법률로 명확히 정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이 정당한 과세를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부과과세 방식의 조세에서 정당한 권한 행사이며, 실질과세 원칙(국세기본법 제14조)에도 부합합니다.
조세평등주의: 조세평등주의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납세자를 차별하지 않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국세청이 비주거용 부동산 중 고가이면서 시가와 신고가액의 차이가 큰 대상을 선별하여 감정하는 것은, 비주거용 부동산의 특성상 유사 매매사례를 찾기 어렵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므로,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 재산 가액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세금 납부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이 자유롭게 거래하여 형성된 가액을 의미하며,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수용가격, 공매가격 등이 시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납세자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증여세를 신고했더라도, 과세관청은 신고 가액과 시가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자체적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하여 재산의 시가를 다시 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이 의뢰한 감정가액이 증여나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되려면, 평가 기준일과 감정평가 기준일 사이에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합니다. 여기서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은 일반적인 지가 변동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만약 증여일과 감정평가 기준일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상당한 폭으로 변동했다면, 과세관청이 의뢰한 감정가액이 증여 당시의 시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 증여 시에는 증여일 전후의 시장 상황과 부동산 가치 변동 추이를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증여일에 가까운 시점에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평가를 받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세관청의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의신청,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 법적 불복 절차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