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건설기계 소유주들로 구성된 A노동조합 B지부(원고)가 비조합원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건설업체에 강요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피고)가 부과한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면서도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 등을 통해 사업자적 성격을 겸하고 있으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행위가 근로조건 개선 목적이 아닌 '거래조건'에 관한 것이며 적법한 쟁의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레미콘 운송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비조합원 업체(AI)와의 거래를 중단시킨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여 시정명령과 통지명령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특성, 위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의 구체적 특정 부족, 경제적 이득 규모 불분명, 법 적용 인식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하여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시정명령과 통지명령은 유지하되 과징금납부명령은 취소되었습니다.
원고 노동조합은 부산 및 경남 지역의 건설기계 소유자들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2020년 5월경부터 6월경, 원고는 AD 공사현장과 AX 공동주택 공사현장에서 AH단체 소속 AI 유압크레인이 작업하는 것에 반발하여 고용 요구와 함께 AI 장비 철수를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현장 집회를 개최하고, 소속 조합원들의 레미콘 운송 및 건설기계 운행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통보했습니다. 특히 AD 공사현장에서는 시공사 AF가 레미콘 공급 중단을 우려하여 AI에 장비 철수를 요청했고, AX 공사현장에서는 실제로 약 10일간 레미콘 운송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AI는 당초 계약 기간 만료 전 해당 공사현장에서 크레인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원고의 행위를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인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로 보고 시정명령, 통지명령, 과징금납부명령을 부과했습니다.
노동조합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하는지, 노동조합의 행위가 노동3권에 의해 보호되는 '정당한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지, 노동조합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A노동조합 B지부)에 대하여 한 처분 중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시정명령, 통지명령 취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자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노동조합의 구성원이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사업자의 성격을 가질 때, 해당 노동조합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또한 근로조건과 무관한 '거래조건'에 대한 부당한 거래거절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때는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위반행위의 구체성, 이득 규모 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되어 취소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와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 유지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데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다양한 법률과 원칙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 판단되었습니다. 주요 관련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구 공정거래법) 제2조는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를 정의합니다. 법원은 건설기계 소유주들이 비록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자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지만, 동시에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임차료를 받는 등 '사업자'의 지위도 함께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 노동조합 역시 2인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구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4호 및 제23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방조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법원은 원고 노동조합이 레미콘 운송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 등 상당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건설업자들에게 비조합원 업체(AI)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한 행위가 수급사업자들의 거래처 선택 자유를 제한하고 AI의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아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셋째,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노동3권)을 보장합니다. 법원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보았으나, 본 사건에서는 원고의 행위가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이 아닌 '거래조건'(다른 사업자와의 계약 중단 강요)에 관한 것이었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45조 제2항이 요구하는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적법한 쟁의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소송법 및 재량권 일탈·남용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재량은 있으나, 노동조합의 특성, 위반행위의 구체성(가담 인원 및 행위 특정), 위반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 규모 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하여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행정기관의 제재처분 시에도 피규제 대상의 특성과 처분의 합리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 이 판례를 참고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노동조합 활동이라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사업자적 성격을 겸하고 있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분류되어 규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근로조건'(임금, 근로시간, 작업환경 등) 개선을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는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의해 보호되어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배제될 수 있지만, '거래조건'(다른 사업자와의 계약 중단 강요, 특정 업체 배제 등)에 관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쟁의행위를 할 때에는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적법한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넷째, 다른 사업자의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특정 단체 소속 사업자를 배제하려는 행위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더라도, 과징금 부과 시에는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가담자 특정 여부, 이득 규모, 그리고 노동조합과 같은 피규제 단체의 특수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므로,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법적 구제 절차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