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본사가 판매대행점에 상품 운송비용 부당하게 전가한 사건

A 주식회사는 의류 제조 및 판매 회사로서, 자사 의류 상품의 위탁판매를 위해 판매대행점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상품을 공급해왔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A 회사는 재고 상품을 다른 대리점으로 이동시키는 '본사지시이동'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월정액 행낭운송비용을 판매대행점이 전액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A 회사는 상품이동 이행률이 낮을 경우 출고정지 등 페널티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A 회사의 이러한 행위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및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총 1억 1,200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A 회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의류 제조 및 판매 회사로, 판매대행점들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업자입니다.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시정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부 기관입니다.
• 판매대행점: A 주식회사와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의류 상품을 판매하는 독립된 사업자로, 대리점법상 대리점에 해당합니다.

분쟁 상황

A 의류 회사는 전국에 수많은 판매대행점을 운영하며 의류 상품을 위탁 판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회사는 판매 실적이나 재고 상황을 고려하여 F 시스템을 통해 판매대행점들에게 특정 상품을 다른 대리점으로 이동(본사지시이동)시키도록 지시했습니다. 이 지시에 따라 상품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운송비용(행낭운송비용)은 원래 A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므로 본사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A 회사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 월정액 운송비용을 판매대행점들이 전액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A 회사는 본사지시이동의 이행률을 점검하고 판매대행점들이 일정 수준의 이행률에 미달하였을 경우 자동이동 부여 횟수 조정, 초도상품 출고정지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판매대행점들은 본사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와 계약상 약자라는 지위 때문에 이러한 본사의 지시와 비용 전가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자, A 회사는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며 공정거래법 및 대리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불이익 제공 행위의 내용이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는지 여부
2. A 회사에게 판매대행점에 대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
3. A 회사의 행위가 판매대행점에 '불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4. A 회사의 행위에 '부당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5. 이 사건 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닌 단순 '민사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6.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및 산정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A 회사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은 A 회사가 판매대행점에 대해 사업 능력의 현저한 격차, 높은 매출 의존도, 대체 거래선 찾기의 어려움, 출고정지 등 페널티 부과 가능성, 경영 활동에 대한 영향력 등으로 인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본사의 지시에 따른 상품 이동 운송 비용을 판매대행점에 전가하고 이행률 미달 시 페널티를 부과한 행위는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하고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과징금 부과 및 산정 역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의류 제조 및 판매 회사인 A 주식회사가 판매대행점에 대해 본사의 지시에 의한 상품 이동 운송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고 이행률 미달 시 페널티를 부과한 행위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인정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 및 총 1억 1,200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대기업이 대리점 등 약자의 지위에 있는 사업자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의 엄정한 적용을 통해 제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및 거래상 지위 남용)​: 사업자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등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A 회사가 자산 규모, 판매대행점의 매출 의존도 100%, 대체 거래선 부족, 출고정지 등 페널티 부과 가능성, 경영활동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거래 종료 시 매몰비용 발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매대행점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래상 지위'를 가졌다고 판단했습니다.
•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 ㈑목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 불이익제공)​: '불이익제공'은 다른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법원은 A 회사가 본사의 지시에 의한 상품 이동으로 본사도 이익을 얻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고려 없이 운송비용을 판매대행점에 전가한 것이 불이익 제공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상품 이동이 본사의 판매 활성화 및 재고 소진을 목적으로 한 것임에도 비용을 전가하고 페널티까지 부과한 점, 일반대리점과의 운송비용 분담률에 차이가 있었던 점 등이 부당성을 인정하는 주요 근거가 되었습니다.
•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제9조 제1항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공급업자는 대리점에게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정거래법 적용 기간 이후의 행위(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에 대해 대리점법이 적용되었으며, 법리는 공정거래법과 유사하게 적용되어 대리점의 권익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 과징금 부과 및 산정 원칙: 공정거래법 제24조의2 및 대리점법 제25조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과징금 부과는 재량행위이지만, 법원은 A 회사의 행위가 6년간 약 200여 곳의 판매대행점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판매대행점들이 부담한 운송비용의 총액이 약 7억 9천만 원에 달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 저해 효과가 중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며, 관련 매출액 산정이 곤란하여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와 위반 기간(각 2년 초과 3년 이내)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산정되었다고 보아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거래 상대방의 지위 파악: 거래 관계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그 조건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관련 법규(공정거래법, 대리점법 등)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인하고 필요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상담 및 신고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계약 내용의 명확화: 계약 체결 시 비용 분담, 업무 지시, 페널티 등 주요 거래 조건에 대해 명확하게 명시하고, 불확실한 조항은 충분히 협의하여 수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별도 합의에 의거한다'와 같은 모호한 문구는 추후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해야 합니다.
• 비용 부담의 합리성 검토: 본사의 지시나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본사와 대리점 간의 이익 분배, 관련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 등을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분담되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는 대리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불이익 제공 행위의 범위: 단순히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사업 활동에 제약을 가하거나 불합리한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예: 상품 이동 이행률 미달 시 출고정지 등)도 불이익 제공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증거 자료 확보: 불공정 거래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계약서, 거래 내역, 이메일, 메신저 대화 등 관련 증거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추후 법적 분쟁 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