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 입찰 담합 사건

현대건설 주식회사 등 3개 건설사가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 입찰에서 사전에 투찰 가격을 합의하여 담합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총 24,981,000,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입찰 담합이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며, 과징금 산정 또한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현대건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가격 담합이 설계 경쟁이 이루어졌더라도 입찰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현대건설 주식회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건설사)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 행정기관)
• 담합 참여 건설사: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삼성물산 주식회사 (현대건설과 함께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 입찰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들)
• 발주기관: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를 발주한 공공기관)

분쟁 상황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를 발주했습니다. 이 공사는 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설계 점수 60%, 가격 점수 40%의 가중치로 낙찰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주식회사,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삼성물산 주식회사는 PQ심사 서류 제출 후 독자적으로 설계를 진행하다가, 입찰 참가일 직전인 2009년 10월 중순경 담당 직원들 사이에 가격 경쟁을 피하고 설계 부문에만 경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이들 3개사는 투찰률을 삼성물산 94.99%, 지에스건설 94.98%, 현대건설 94.96%로 정하고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결국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삼성물산이 2009년 11월 25일 낙찰자로 결정되어 총 공사 금액 210,584,000,000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러한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10월 7일 현대건설 등 3개사에 시정명령과 합계 24,981,000,000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후 2016년 1월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건설에 부과된 과징금 중 862,000,000원을 직권으로 취소하여 최종적으로 6,891,000,000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이에 현대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하여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불성립 여부: 현대건설 등 3개사가 입찰에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설계 부문에 대해서만 경쟁하기로 합의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현대건설은 설계 경쟁이 치열했으므로 경쟁 제한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 과징금 산정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건설에 부과한 과징금이 관련 매출액 산정, 부과 기준율 적용, 공동수급체 감경 미적용 등에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현대건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부당한 공동행위 성립 인정: 법원은 현대건설 등 3개 건설사의 투찰 가격 합의 행위가 전형적인 입찰 담합으로서 '경성 공동행위'에 해당하며, 가장 위법성이 강하다고 보았습니다. 설계 경쟁이 있었더라도 가격 점수가 종합 점수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입찰의 취지를 훼손하고 경쟁 제한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 과징금 산정의 적법성 인정: 법원은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 관련 매출액 산정: 입찰 담합 행위의 경우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금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의 취지에 부합하며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낙찰받지 못한 사업자에게 매출액이 없다는 이유로 20억 원 이하의 과징금만 부과한다면 입법 취지에 반하고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부과 기준율 적용: 투찰 가격을 사전에 결정하는 입찰 담합은 위법성이 매우 강한 행위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10%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유사 사건과의 비교만으로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공동수급체 미감경: 현대건설이 낙찰을 받지 못한 사유는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정할 때 이미 50% 감경률을 적용하여 충분히 참작되었으므로, 별도로 공동수급체 구성에 따른 추가 감경을 하지 않았더라도 낙찰자인 삼성물산보다 불리하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법원은 현대건설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적법함을 확인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며, 특히 제8호에서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서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건설사들이 사전에 투찰 가격을 합의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공정거래법 제21조 (시정조치)​: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을 때 해당 사업자에게 행위의 중지, 법 위반 사실 공표 등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법 행위를 바로잡고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 공정거래법 제22조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매출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20억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행정적 제재입니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관련 매출액의 산정)​: 공정거래법 제22조에 따른 과징금 부과 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을 말합니다. 다만, 입찰 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인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현대건설이 낙찰받지 못했음에도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근거가 됩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의 법리: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행정청의 재량 행위입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했거나, 비례의 원칙(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 간의 균형) 또는 평등의 원칙(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인만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는 원칙)에 위반될 경우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으로 위법하게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산정이 이러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입찰 담합의 중대성: 설계·시공 일괄 입찰과 같이 설계 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공사 입찰에서도,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투찰 가격 합의는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인 '경성 공동행위'로 간주됩니다. 심지어 설계 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졌더라도 가격 담합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낙찰 여부와 무관한 과징금 부과: 담합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지 못했더라도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의 경우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은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하며, 낙찰받지 못한 사업자에게 매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 부과를 면제하지 않습니다.
• 과징금 산정 기준: 과징금은 위반 행위의 내용, 중대성,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불법으로 얻은 이익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경성 공동행위인 입찰 담합은 일반적으로 높은 부과 기준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사에 협조한 경우 감경 사유가 될 수 있으나, 임원 관여 등 가중 사유가 있다면 가중될 수 있습니다.
• 공공 입찰의 중요성: 공공 발주 공사의 입찰 담합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 효과가 크다고 판단되어 더욱 엄중하게 제재될 수 있습니다. 공공 기관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적정한 가격과 품질을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