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고인 B의 자녀인 원고 A는 고인이 주식회사 C의 상무로 근무하던 중 급성심장사로 사망한 것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3년 4월 주식회사 C에 상무로 입사한 고인 B는 2019년 2월 9일 새벽 부산의 한 목욕탕에서 물에 떠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급성심장사(추정)로 사망했습니다. 고인의 자녀인 원고 A는 고인이 장기간의 업무 수행으로 인한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고혈압이 악화되어 급성심정지에 이르렀으므로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2019년 5월 16일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9년 10월 2일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으나 2020년 5월 14일 기각되자, 최종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급성심장사로 사망한 고인 B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고인의 사망과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고인의 고혈압 발병이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급성심정지 또한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자연 진행적 경과 이상으로 촉진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고인의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1시간 15분으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하는 만성 과로 기준(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60시간 또는 52시간 초과,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64시간 초과)을 초과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원고가 주장한 입찰 건수 증가도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것이며, 공사 금액이 적은 입찰은 업무 부담이 크지 않아 업무상 과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대표이사 부재로 인한 업무 대행, 낙찰 부진, 대표이사의 질책, 하도급업자와의 소송 대응 등 원고가 주장한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들은 업무상 부담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고인의 직책과 업무 내용을 고려할 때 사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정도의 과중한 업무 부담이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고인은 회사 입사 전인 2011년부터 고혈압 의심 단계였고, 2016년과 2018년 건강검진에서도 고혈압 진단을 받았으며, 이상지질혈증과 30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저질환 및 생활 습관이 허혈성 심장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라는 의학적 소견이 있었습니다. 다섯째, 사고 당시 추운 겨울 목욕탕의 열탕이라는 환경적 요인 또한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은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고,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고인의 급성심장사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 대부분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의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1. 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반드시 존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2. 인과관계 입증 책임 및 정도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는 측(이 사건에서는 원고)이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이때 인과관계의 입증은 반드시 직접적인 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또는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 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 이환 여부 등 간접적인 사실들을 종합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 발생이나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현대의학상 발병 및 악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6두8204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고인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의 만성 과로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점,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이 사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정도의 과중한 부담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고인이 이미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흡연력이 길었다는 점, 그리고 사고 당시 목욕탕의 열탕이라는 환경적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급성심장사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인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망이나 질병 발생과 업무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고용노동부 고시의 만성 과로 기준을 포함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객관적인 자료(근무 기록, 출퇴근 기록 등)를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장시간 근무 주장이 아닌 실제 기록된 근무 시간과 업무량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둘째, 업무 강도,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 갑작스러운 업무 환경 변화, 돌발 상황 발생 여부 등 업무 관련 스트레스 요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것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과도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업무 외적인 요인, 즉 기존 질병(고혈압, 당뇨 등), 흡연, 음주와 같은 개인적인 생활 습관이 사망이나 질병 발생에 미친 영향도 함께 검토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업무상 스트레스보다 질병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될 경우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넷째, 의학적 소견은 인과관계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주치의 소견이나 전문 감정기관의 감정서 등을 통해 업무가 질병 발생이나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섯째,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일반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근로자의 구체적인 건강 상태, 업무의 특성, 근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들을 풍부하게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