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배우자의 부정행위 사실을 알고 정신과 치료를 받던 남편이 배우자와의 다툼 후 다량의 수면제와 항우울제를 복용하여 사망했습니다. 남편의 법정상속인인 아내는 두 보험사에 상해 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은 자살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아내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사망이 자살이 아닌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보험사들에게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D은 2014년과 2017년에 각각 B 주식회사와 C중앙회와 상해 사망 보험 및 공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들의 약관은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고,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4월경, 망인은 배우자인 원고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2월 17일, 원고가 늦게 귀가하자 망인은 원고의 외도를 의심하며 화를 내고 식당을 나섰습니다. 같은 날 저녁, 원고는 망인의 집에서 정신과 처방약 열흘치 정도의 약봉지가 비워진 것을 발견했으며, 이후 식당 창고에서 망인이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원고는 망인을 자신의 차량에 태운 채 잠시 주차해 두었고, 다음 날 새벽 5시 50분경 망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으나, 망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는 망인이 여러 종류의 약물을 복용했으며, 일부 약물은 독성 농도 이상으로 복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고는 망인의 법정상속인으로서 보험사들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은 망인이 고의로 자살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거절했습니다.
사망한 남편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이 보험 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 상해 사망인지 여부와,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책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망인의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면책사유인 망인의 고의 자살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에게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에게 107,142,857원 및 이에 대한 2022년 5월 24일부터 2024년 12월 20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피고 C중앙회는 원고에게 42,857,142원 및 이에 대한 2022년 7월 22일부터 2024년 12월 20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합니다.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이 아닌,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보험금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보험 계약에서의 보험금 지급 요건과 보험사의 면책 사유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인보험계약에서의 우발적 사고 및 외래성: 보험 계약에서 담보하는 ‘상해’는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우발적인 사고’로서 고의가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발생하며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또한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질병, 체질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우발성과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에게 증명책임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등 참조). 2. 보험사의 면책사유 증명책임: 보험 약관에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때,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이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때 보험사는 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와 같은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2495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등 참조). 3. 지연손해금: 보험 약관에 따라 보험금 청구 서류 접수일로부터 일정 기간(통상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합니다. 이때 이율은 상법에서 정한 연 6%가 적용되며, 소송이 제기되어 판결 선고가 내려진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만약 가족이나 가까운 이의 사망 원인이 약물 과다 복용과 관련되어 보험금 청구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사망 원인이 자살인지 사고인지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보험금 청구 시에는 사망의 ‘우발성’과 ‘외래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보험 약관에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가 면책 사유로 명시되어 있더라도, 보험사가 이를 증명해야 하며, 단순히 약물을 과다 복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나 명백한 자살 정황이 없다면, 사망 원인이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사망 당시의 정신 상태, 평소 정신과 치료 기록, 약물 처방 내역, 사망 직전 행동, 가족이나 주변인의 진술, 그리고 경찰이나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사망 원인 조사 결과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약물의 병용이나 과다 복용으로 인한 중추신경 억제 및 호흡 억제와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경우,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법정 다툼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