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이 사건은 C대학교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이었던 피고인 A와 주식회사 K 이사였던 피고인 B이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사기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들은 C대학교 산학협력단,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에 대해 직무발명 관련 의무 위반 및 연구비 부정 사용 등의 혐의를 받았습니다. 원심에서는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검사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A에 대한 기초과학연구원 관련 직무발명 미신고 및 연구비 카드 부정 사용 혐의(총 1억 463만 원 상당)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그러나 C대학교 산학협력단 관련 사기 및 업무상배임, 한국연구재단 관련 업무상배임 혐의, 그리고 피고인 B에 대한 모든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인 A는 C대학교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N단 단장을 겸직하며 다양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A는 자신이 설립한 주식회사 K과도 공동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피고인 A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과로 볼 수 있는 특허발명(I, F, G, H 발명)들을 C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직무발명으로 신고하면서 관련 연구과제를 K사와의 연구과제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것에 있습니다. 검찰은 이를 통해 기술이전료가 과소 산정되어 C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손해를 입고 K사가 이득을 취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원 단장 재직 중 완성된 L 특허발명 역시 연구원에 신고하지 않고 K사 명의로 출원되도록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피고인 A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한 D과제 연구비를 K사 제품 생산 재료 구매에 유용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C대학교 재직 당시 발생한 약 1억 463만 원 상당의 시약 등 외상대금을 IBS 연구비 카드로 결제하고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한 혐의도 있었습니다. 피고인 B은 이러한 피고인 A의 행위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 A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과로 발생한 특허발명들을 C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직무발명으로 신고할 때 관련 연구과제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행위가 사기 및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 A가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연구단장으로서 직무상 발명한 특허를 연구원에 신고하지 않고 주식회사 K 명의로 출원하도록 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인 A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비를 주식회사 K의 제품 생산을 위한 재료 구매에 유용한 행위가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인 A가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비 카드를 자신의 이전 직장에서 발생한 개인적인 외상 채무 변제에 사용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 B이 이러한 피고인 A의 행위에 공모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기초과학연구원 관련 직무발명 미신고로 인한 업무상배임과 연구비 카드 부정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의 선고유예를 내렸습니다. 나머지 혐의, 즉 피고인 A에 대한 C대학교 산학협력단 관련 사기 및 업무상배임, 한국연구재단 관련 업무상배임 혐의와 피고인 B에 대한 모든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가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으로서 직무상 완성한 특허를 연구원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이전 직장 관련 외상 채무를 연구원 법인카드로 결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비 카드의 사용이 연구 목적 외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되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한 점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만,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는 직무발명 신고 의무의 범위, 기술이전료 산정 방식의 다양성, 그리고 연구비 유용의 증명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특히 피고인 B에 대해서는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에 대해서는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피해 회복 및 선처 탄원 등의 사유를 고려하여 징역 1년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직무발명의 법적 성격과 연구비 사용의 원칙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제시합니다.
1. 직무발명 및 특허권의 귀속 (발명진흥법 제10조 제2항, 특허법 제33조 제1항, 제2조 제1호 등): 직무발명은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에게 특허를 받을 권리가 원시적으로 귀속됩니다. '발명자'는 단순히 아이디어만 제공하거나 연구를 관리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 사상의 창작행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특히 화학 발명처럼 실험 데이터를 통해 발명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한 연구자도 공동발명자가 될 수 있습니다. 국공립학교 교직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는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담조직(산학협력단 등)에 '직무발명 완성 즉시' 당연히 승계됩니다.
2. 직무발명 완성 통지의무 및 업무상배임 (발명진흥법 제12조,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 권리를 사용자 등에게 승계한다는 약정이나 규정이 있는 경우, 종업원은 발명 완성 사실을 사용자 등에게 '지체 없이' 통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타인의 재산상 사무'에 해당합니다. 발명자가 직무발명임을 인지하고도 통지 의무를 해태하여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하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연구과제의 성과인지 사실대로 고지할 의무까지는 인정되기 어렵고, 이견이 있을 경우 심의·조정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3. 연구비 사용 원칙 및 업무상배임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타인(연구기관)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연구비)을 위탁받아 집행하는 경우, 그 제한된 용도 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영득(또는 이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으로 보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연구비 카드 역시 연구과제 수행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이전 직장에서 발생한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는 것은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합니다. 허위 거래명세서 등 증빙 자료를 조작하여 제출하는 행위는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4. 공동정범 성립 요건 (대법원 2009도5630 판결 등): 업무상배임죄에서 수익자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려면,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인식하고 나아가 이를 교사하거나 배임행위 전 과정에 적극 가담해야 합니다. 단순히 배임 행위로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공동정범이 되지 않습니다.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나 교수가 연구개발 활동을 할 때는 직무발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수행한 연구의 성과가 직무발명에 해당하는지, 어떤 기관에 귀속되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언제,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속 기관의 규정을 정확히 숙지해야 합니다. 다수의 연구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 각 발명이 어떤 과제의 성과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연구비는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며, 개인적인 채무 변제 등 목적 외 사용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연구비 사용 시에는 관련 증빙 자료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만약 직무발명 귀속이나 연구비 사용 용도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다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소속 기관의 관련 부서(산학협력단, 연구관리부서 등)와 반드시 협의하여 투명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특히,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