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아들의 박사과정 입학 과정에서 지도교수로 지정되고 전문연구요원 복무관리 책임자가 되는 등 부적절하게 개입하였다는 이유로 1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습니다. 교수는 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 징계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A는 2017학년도 봄학기 박사과정에 지원한 아들 C을 위해 인터넷 입학원서에 예정 지도교수로 기재되었고, 이후 C이 합격하자 원고 A가 C의 지도교수 및 전문연구요원 복무관리 책임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원 교원징계위원회는 원고 A가 ‘임직원 행동강령’ 제5조(이해충돌 관리) 및 제8조(공정한 직무수행)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2020년 10월 21일 참석위원 만장일치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피고 한국과학기술원총장은 2020년 11월 11일 이 징계처분을 확정하여 원고에게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20년 11월 27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2021년 2월 9일 기각되었고, 결국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교원에게 내린 징계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소송을 각하하고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원이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이며 그 총장은 국가의 기관이 아니므로 법령상 특별한 행정권한이 없는 한 행정청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총장이 교원에게 내린 징계처분은 사립학교 대표자가 소속 교원에게 한 불이익 처분과 법적 성격이 유사하여 행정청이 고권적 지위에서 행사하는 공권력으로 보기 어렵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본 사건의 핵심 법리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법 제2조는 한국과학기술원을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7조 및 제16조 등은 총장의 임면권과 교원의 인사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에 관하여 한국과학기술원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부분은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제24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령을 종합하여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의 대표자일 뿐 국가의 기관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총장이 법령 또는 자치법규에 따라 행정권한을 가지거나 위임받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총장이 교원에게 내린 징계처분은 사립학교 대표자가 그 소속 교원에게 내린 불이익 처분과 법적 성격이 유사하여,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행사하는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으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요컨대, 행정소송은 공권력의 주체인 '행정청'이 '고권적 지위'에서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법상 행위'(행정처분)를 했을 때 제기할 수 있는데, 본 사건에서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의 징계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 것입니다.
국가 기관이 아닌 독립된 법인의 대표자가 내린 처분은 원칙적으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유사한 상황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 해당 기관의 성격(국가 기관인지, 사립 기관인지, 공법인인지 등)과 징계 처분의 법적 성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학교 법인, 공공기관 등에서는 내부 징계 규정과 절차를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내부 징계는 행정소송보다는 내부 구제 절차(예: 소청심사)를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징계 처분의 유형과 처분 주체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