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자력연료를 생산하는 공공기관인 한전원자력연료가 핵연료 공장 증설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체결한 '상생협약'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자, 한 주민이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상생협약 내용 대부분은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협약에 참여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의 직책과 인적사항은 사생활 보호와 주민 간 갈등 심화 가능성을 이유로 비공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청구인이 존재하지 않는 개별 협약 정보를 요구한 부분은 각하되었습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대전 유성구의 핵연료 공장 증설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이에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공장 인근 구즉동, 관평동, 신성동, 전민동 등 4개 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핵연료 공장 증설을 조건으로 지역에 금전적 지원 등을 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핵연료 공장 증설을 반대하던 한 주민은 2014년 6월 8일 피고에게 이 상생협약서와 다른 개별 협약에 대한 전자적 형태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협약 내용이 비밀 준수를 전제로 하며 국민의 재산 보호에 지장을 초래하고, 주민 대표의 성명 등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으며, 피고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2014년 6월 19일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공기관이 지역 주민과의 상생협약 내용을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국민의 재산 보호에 지장, 공정한 업무 수행 저해, 사생활 침해,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공개를 거부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와, 정보공개 청구인의 정치적 목적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협약 이외의 개별적 협약'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부분은 피고가 해당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상생협약'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가 2014년 6월 19일 원고에게 한 공개거부처분 중 '협약 당사자인 4개 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의 직책과 인적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취소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주민 대표의 개인 정보를 제외한 협약의 대부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공공기관이 지역 주민과 맺은 핵연료 공장 증설 관련 상생협약의 대부분 내용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증진해야 하므로 공개해야 하지만, 협약에 참여한 주민 대표들의 개인 식별 정보는 사생활 침해 및 지역 주민 간 갈등 심화 우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특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각 비공개 사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13조 제2항 및 제15조 제1항은 정보공개 청구인이 선택한 방법(사본 교부, 전자적 방법 등)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공공기관은 공개 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이 없다고 해석됩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피고의 열람 제안을 거부하고 전자적 형태의 공개를 요구한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이 주민들과 체결한 협약과 같은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의 투명한 운영과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보공개 청구 시 해당 정보가 공공기관에 의해 실제로 보유·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관이 보유하지 않는 정보는 공개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어 소송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특정인의 이름이나 직책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사생활 보호의 측면에서 비공개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지역 내 찬반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는 신변 안전 문제로 인해 개인 정보의 비공개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의 목적이 정치적이거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권리남용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시되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자가 요구하는 방법(예: 전자적 형태, 사본 교부)으로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으며, 열람만을 제안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