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다수가 위력으로 간음한 사건

이 사건은 16세 미성년 피해자 J를 상대로 여러 명의 가해자들이 수차례 위력을 사용하여 간음한 사건과 피고인 A가 별도로 다른 피해자 R을 상대로 공갈, 감금치상, 무면허 운전을 저지른 사건이 병합된 항소심 판결입니다. 원심에서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수강간(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한 강간)'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검사의 공소장 변경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등간음, 즉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가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 A, B, C, D, E, F, G, H에 대한 원심판결이 파기되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등간음)' 혐의로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징역 4년, 피고인 B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나머지 피고인 C, D, E, F, G, H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사회봉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5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습니다. 한편 피고인 I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어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해자 J: 사건 당시 16세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 여러 가해자들로부터 수차례 위력을 이용한 간음 피해를 입었습니다.
• 피해자 R: 18세 남성으로, 피고인 A 일당에게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 사실을 빌미로 공갈과 감금, 상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 피고인 A: 피해자 J를 4차례 간음하고 피해자 R을 공갈, 감금하여 상해를 입히고 무면허 운전을 한 주요 가해자입니다. 피해자 J에 대한 범행을 주도했습니다.
• 피고인 B: 피해자 J를 2차례 간음했습니다.
• 피고인 C: 피해자 J를 1차례 간음했습니다. 과거 특수절도 전력이 있습니다.
• 피고인 D: 피해자 J를 2차례 간음했습니다. 피고인 E과의 범행을 주도했습니다.
• 피고인 E: 피해자 J를 1차례 간음했습니다.
• 피고인 F: 피해자 J를 1차례 간음했습니다.
• 피고인 G: 피해자 J를 1차례 간음했습니다.
• 피고인 H: 피해자 J를 1차례 간음했습니다.
• 피고인 I: 피해자 J를 위력으로 간음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항소심에서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 K: 피고인 A, B, C의 공동범행에 가담했으나 피해자 J를 불쌍히 여겨 성관계는 하지 않았습니다.
• N, O: 피고인 A의 공동공갈 및 감금치상 범행에 함께 가담한 공범들입니다.

분쟁 상황

사건 당시 16세였던 여학생 피해자 J는 고등학교 선배들을 포함한 여러 명의 남성들과 여러 차례 모텔 등지에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피해자는 선배들이 평소 욕설이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은 이러한 선후배 관계의 위계질서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성관계를 시도했습니다.

• 2020년 4~5월경, AD 모텔: 피고인 B의 연락을 받고 술을 사러 모텔에 간 피해자는 '왕게임' 중 옷을 벗게 되었고 피고인 D, A, B, G이 차례로 피해자를 간음했습니다. 피고인 D은 피해자가 과거 자신의 성관계 사실을 말한 것에 대해 욕설하며 '벌 받아야겠다'고 했고 이들은 순서를 정해 간음했습니다.
• 2020년 4~5월경, AE 모텔: 가출 상태이던 피해자는 피고인 D, E의 제안으로 모텔에서 술을 마시다 피고인 E에게 구강성교를 강요당하고 피고인 D은 피해자의 하의를 벗기고 간음했습니다. 피해자가 전화 때문에 집에 가려 했으나 피고인 D은 휴대폰을 빼앗고 성관계를 이어갔습니다.
• 2020년 6월 25일, AF 무인텔: 피고인 A의 제안(‘내가 매일 섹스하는 여자가 있다. 너두 할래?’)을 받은 피고인 H이 함께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피고인 A는 피해자에게 강압적으로 옷을 벗으라 요구하고 간음했으며 피고인 H도 피해자를 간음했습니다. 피고인 A는 피해자에게 피고인 H의 성기를 빨아주도록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 2020년 9월 하순, L 모텔: 피고인 A는 피해자에게 담배를 피우자며 불러낸 후 모텔에서 ‘나는 여자도 때린다’고 말하며 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간음했습니다. 이후 피고인 F이 피해자를 화장실로 데려가 간음했습니다.
• 2020년 10월 5일, L 모텔: 피고인 A, B, C, K은 피해자를 불러 성관계를 하자고 모의했습니다. 피해자가 모텔에 가지 않으려 했으나 피고인 A는 손목을 잡아끌어 데려갔습니다. 모텔에서도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피고인 A는 ‘옷 벗어, 뒤에 기다리는 사람 안 보이냐? 빨리빨리 하자’는 등의 말로 강요했습니다. 이들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차례로 피해자를 간음했습니다. (K은 피해자를 불쌍히 여겨 성관계는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담임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교사의 신고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초기에는 두려움이나 부정적 평판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소극적인 진술을 보였으나 점차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해자들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등간음'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1. '폭행 또는 협박'의 기준: 항소심은 피고인 A의 "옷 벗어", "기다리는 사람 안 보이냐, 빨리빨리 하자" 등의 발언이 공포심을 유발하는 '협박'으로 보기 어렵고 침대에 눕힌 행위가 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의 '폭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일반적인 강간죄의 엄격한 '폭행·협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위력'의 인정: 항소심은 피해자가 16세의 청소년으로 성적 판단능력이 미숙하고 피고인들이 학교 선배로서 평소 피해자에게 두려움을 주었고 다수가 순차적으로 간음하는 강압적인 방식이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력'은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하며 피해자의 연령, 관계, 행위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수사 초기 피해자가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으로 진술하거나 성관계 동의 여부에 대해 불분명하게 진술한 부분이 있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학교 선배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평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극적이었을 수 있고 이후 점차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은 기억 환기 및 범죄 인식 때문으로 보아 그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4. 재판 누락: 검사가 주장한 원심의 재판 누락(일부 무죄 판단을 주문에 표기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어 해당 부분도 함께 파기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C, D, E, F, G, H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 피고인 A: 징역 4년,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
• 피고인 B: 징역 2년 6개월,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
• 피고인 C, D, E, F, G, H: 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각 200시간 사회봉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
• 피고인 I: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원심의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이 직접적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나이, 사회적 지위, 평소 관계, 다수가 개입된 강압적 상황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압하는 '위력'이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등간음)'으로 엄중히 처벌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초기 진술의 소극성이나 성관계 당시 적극적인 저항이 없었다는 점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성년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원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위계등간음)​: 이 법 조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주요 법조항입니다.
   • '위력'의 의미: 판례는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 능력을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봅니다. 이는 폭행이나 협박처럼 유형적인 힘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권세, 나이, 선후배 관계 등 무형적인 압력도 포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학교 선배로서 가졌던 지위, 평소의 언행, 다수가 개입된 강압적인 성관계 방식 등이 종합적으로 '위력'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위계': 거짓말이나 기만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피해자의 착오를 유발하고 이를 이용해 성관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위력'이 인정되었습니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처벌법)​:
   • 특수강간 (제3조)​: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하거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강간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는 '폭행 또는 협박'을 전제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주위적 공소사실로 이 혐의를 적용했으나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일반적인 강간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 의무 (제42조 제1항, 제43조)​: 성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며 관할 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 취업제한 명령 (아청법 제56조 제1항,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나 장애인 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일정 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이나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이 제한됩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5년간 취업이 제한되었습니다.
3.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이 사건의 다수 피고인들은 공동으로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한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4. 형법 제37조 (경합범)​: 여러 개의 죄를 저질렀을 때 그 처벌 방식을 정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는 여러 죄를 범하여 경합범 가중이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위력'의 범위 이해: 성범죄에서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나이 차이, 사회적 지위, 학년 차이 또는 다수가 개입된 상황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웠다면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말이나 태도, 평소 행동 등도 위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초기에는 두려움이나 혼란 등으로 인해 진술이 소극적이거나 불분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구체화되거나 추가 진술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일관된 핵심적인 내용은 중요한 증거로 인정됩니다.
3. 적극적인 저항의 부재가 동의를 의미하지 않음: 피해자가 강압적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거나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다고 해서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가해자들의 위력에 눌려 반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주변인의 역할: 이 사건처럼 피해자의 담임 교사가 피해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하여 사건이 수사로 이어진 것처럼 주변에서 미성년자 성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을 인지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은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전문 상담이나 치료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원에서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나 치료강의 수강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