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식품 수입 및 유통업체인 주식회사 ○○○(원고)는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남극크릴오일500' 제품을 수입하여 유통했습니다.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피고)은 해당 제품을 수거하여 검사한 결과, 합성화학물질인 에톡시퀸이 0.5mg/kg 검출되었는데 이는 허용기준인 0.2mg/kg을 초과하는 양이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제품의 긴급 회수를 명령하고, 이어서 회수 및 폐기를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원심(부산고등법원)은 이 사건 제품에 크릴과 동일한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며, 에톡시퀸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불검출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에톡시퀸이 의도적으로 혼입된 경우에는 비의도적 오염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불검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크릴오일과 같이 복잡한 가공식품의 경우 원료의 수분 함량 변화에 따른 단순 보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피고에게 재량권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식품 수입업체인 원고가 수입하여 유통한 '남극크릴오일500'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인 에톡시퀸이 검출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구 식품위생법 위반을 이유로 원고에게 해당 제품의 긴급 회수 및 시정명령(회수 및 폐기)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주로 에톡시퀸 검출이 의도적인 사용이 아닌 비의도적 오염에 해당하므로 기존의 잔류허용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가공식품의 경우 수분 함량 변화를 고려하여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다퉜습니다.
반면 피고는 에톡시퀸이 의도적으로 혼입된 것이라면 불검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며, 복잡한 가공식품에 대한 기준 적용에는 재량권이 있음을 주장하며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잔류허용기준 적용 여부: 수산물에 허용되지 않은 화학물질인 에톡시퀸이 검출되었을 때, 이 물질이 비의도적 오염(사료,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 사용으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 잔류허용기준(0.2mg/kg)이 적용되는지, 혹은 불검출 기준이 적용되는지.
가공식품 기준 적용 방식: 크릴오일과 같이 원재료를 여러 공정을 거쳐 추출한 가공식품에 대해 원료의 잔류허용기준을 그대로 적용할지, 아니면 '건조 등으로 인한 수분 함량 변화'를 고려하여 보정된 기준을 적용할지.
행정청의 재량권 범위: 식품의 위해성 평가 및 규격과 기준 설정에 있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행정청의 재량권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는 원고의 시정명령 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도적 사용 시 불검출 기준 적용: 이 사건 고시(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정한 잔류물질은 '비의도적 오염'에 의한 경우에만 적용되므로, 에톡시퀸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사용되어 혼입되었음이 행정청에 의해 증명된 경우에는 기존의 잔류허용기준(0.2mg/kg)이 적용되지 않고, '불검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에톡시퀸의 의도적 혼입 가능성: 남극 크릴새우는 자연산으로 사료를 먹지 않고 먹이사슬 최하단에 있어 생물농축 가능성도 낮으므로, 사료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에톡시퀸 검출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시중에 유통되는 크릴오일 제품 중 소수에서만 에톡시퀸이 검출된 점, 크릴밀 제조 과정에서 산패 방지를 위해 에톡시퀸을 사용했다는 제보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의도적 혼입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가공식품 기준 적용의 한계: 크릴오일은 크릴새우를 건조, 추출, 농축, 정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방 성분만을 추출한 것이므로, 단순히 수분 함량 변화에 따른 잔류허용기준 보정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가공 방식에는 해당 물질과 가공방식 등을 고려한 별도의 가공계수 적용이 필요하며, 관련 기준이나 지침이 없는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의 재량권 인정: 피고가 크릴오일에 대해 원료 식품의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조치는 비례 원칙이나 평등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의 적용 범위와 식품 규격 및 기준 해석·적용에 관한 피고의 재량권한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이는 식품에 허용되지 않는 물질이 의도적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기존의 비의도적 오염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이 아닌 '불검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며, 복잡한 식품 가공 과정에서의 잔류물질 기준 설정은 행정청의 합리적인 재량권한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 그리고 그 해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 및 제4항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7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46조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 3. 9) '축ㆍ수산물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 및 '가공식품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1. 1. 5)
식품의 위해성 평가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권 법리 (대법원 2010다67828, 2017두55490, 2021두53389 판결 등)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유해물질의 원인 파악: 식품에서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었을 경우, 해당 물질이 '비의도적 오염(사료,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사용'으로 인한 것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도적 사용이 입증되면 잔류허용기준이 아닌 '불검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수입 식품의 전반적인 안전 관리: 원료의 포획·생산 단계부터 중간 가공, 최종 제품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유해물질 혼입 가능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자연산 원료나 먹이사슬 하위 단계의 원료라도 가공 과정에서 외부 물질이 의도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복잡한 가공식품 기준 적용: 추출, 농축, 정제 등 여러 과정을 거친 가공식품의 경우, 단순히 원료의 수분 함량 변화에 따라 잔류허용기준을 보정하는 방식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조 공정의 특성과 물질의 변화를 고려한 별도의 가공계수 적용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관련 기준이 없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재량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식품 관련 법령 및 고시 확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포함한 관련 법령 및 지침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새로운 잔류허용기준 신설 배경이나 개정 이유 등을 충분히 숙지하여 제품 생산 및 유통에 반영해야 합니다.
동종 제품과의 비교: 자신이 유통하는 제품에서만 유해물질이 검출되고 다른 동종 제품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면, 이는 환경오염 등 비의도적 오염보다는 특정 공급망이나 제조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합리적인 추론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