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외삼촌)이 어린 시절 부모 이혼과 아버지 사망으로 의지할 곳 없던 조카(피해자)를 19세 때부터 약 19년간 심리적, 경제적으로 지배하며 강간 및 준강간한 사건입니다. 하급심은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과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 모두 무죄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친족 관계에서의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할 때 장기간 형성된 지배-예속 관계 등 전체적인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피고인(외삼촌)은 1999년경 당시 19세였던 조카(피해자)가 교통사고 후 지인의 집을 전전하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이 운영할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며 거주하게 했습니다. 몇 달 후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난 것을 빌미로 강제로 모텔로 끌고 가 폭행하며 강간했고, 이후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약 19년간 함께 거주하며 성관계를 이어갔습니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 이혼,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사망으로 마땅한 보호자나 거처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절대적으로 의존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폭언, 폭행, 외출 통제 등을 가하며 심리적으로 지배했고, 피해자는 이로 인한 충격과 공포로 피고인의 성행위 요구에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습니다. 피고인은 2015년 5월경부터 2018년 2월경까지 총 5회에 걸쳐 친족 관계인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2018년경 지인의 권유로 19년간 지속된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고소했습니다.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특히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심리적, 경제적 지배-예속 관계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 인정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피해자가 외부적으로 자립적인 모습을 보인 시점에도 여전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죄의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오랜 기간 정신적,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지배-예속 관계가 형성 및 고착화되었고, 이로 인해 피고인의 강압적인 성행위 요구에 대항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자포자기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가 외부적으로 자립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장기간 형성된 심리적 억압 상태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는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죄에서 피해자의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제시하여, 하급심에서 다시 판단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3항, 제1항 및 형법 제299조(준강간)입니다. 이는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형법 제297조(강간)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가중처벌하는 규정입니다.
1. 친족관계 준강간죄의 특성 및 가중처벌의 필요성: 친족 관계에서의 성폭력은 특별한 신뢰 관계를 악용하며,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는 반인륜적 범죄입니다. 가족 제도와 사회 윤리적 기본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폐해로 인해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친족 관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신분상·정서상의 우열, 부양이나 보호 관계에서 나오는 상호 신뢰성·의존성, 경제적 예속 등의 특성을 내포합니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와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가 주는 낙인 효과 등으로 인해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우며, 가해자의 우월한 영향 아래 장기간 은밀하게 범죄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2. '항거불능' 상태의 판단 기준: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종합적인 판단의 중요성: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단순히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순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범행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경위, 계기나 정황, 행위의 내용과 방법, 행위가 반복·계속된 기간, 가해자와 피해자가 보인 반응의 변화, 피해자의 나이·경험 등 특성, 심리적·정신적 상태, 피해자의 주변 상황과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