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리점 부당 영입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사건

하이트진로음료가 경쟁업체인 마메든샘물의 대리점 8곳을 부당하게 영입하여 마메든샘물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입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마메든샘물과의 기존 계약 관계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개 대리점주에게 매우 유리한 거래 조건을 제시하고 변호사 비용까지 지원하며 계약 해소를 적극적으로 유도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하이트진로음료 주식회사: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대기업으로, 경쟁사 대리점을 영입하려 한 사업자입니다.
• 마메든샘물 주식회사: 천안 지역을 중심으로 먹는샘물을 공급하던 중소기업으로, 하이트진로음료의 대리점 영입 행위로 인해 사업 활동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하이트진로음료의 행위가 부당한 사업 활동 방해라고 판단하여 시정명령을 내린 정부 기관입니다.
• 8개 대리점주: 마메든샘물과 기존에 계약 관계에 있었으나, 하이트진로음료의 제안에 따라 마메든샘물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하이트진로음료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입니다.

분쟁 상황

마메든샘물은 2008년 당시 천안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충청남북도와 경기도 남부 지역까지 총 11개의 대리점을 통해 먹는샘물(12.5~18.9ℓ)을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 하이트진로음료는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사업자였지만, 천안 인근 지역은 판매량이 미미하여 매우 취약한 시장이었습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마메든샘물과 대리점주들 사이에 대리점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초부터 같은 해 7월 중순까지 해당 대리점주들을 수차례 만나 마메든샘물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자신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음료는 8개 대리점주에게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하이트진로음료가 제시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사건 제품의 공급가격을 통당 2,000원으로 하되, 통당 280원의 장려금을 지원하여 결과적으로 통당 1,720원에 공급한 것과 동일하게 했습니다.
2. 계약 첫해(2008. 8. 1. ~ 2009. 7. 31.) 동안 8개 대리점에게 각 대리점의 월 평균 판매량 대비 총 600%의 물량을 무상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이를 이행했습니다. 그 결과 계약 첫해에 8개 대리점에 공급된 제품의 실질적인 평균 공급단가는 808.3원이 되었는데, 하이트진로음료가 주장하는 제품의 공급원가는 631.26원이었습니다.
3. 8개 대리점이 마메든샘물과의 거래를 종료함에 따라 예상되는 소송에 대한 변호사 비용 중 50%를 지원하기로 약정했으며, 실제 소송이 발생하자 이를 이행했습니다.

이러한 제안에 따라 마메든샘물과 거래하던 11개 대리점 중 8개 대리점은 2008년 7월 15일~21일경 마메든샘물과의 대리점 계약에 따른 거래를 종료하고, 직후인 8월 1일 하이트진로음료와 5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실무자는 이러한 파격적인 지원 내용이 기존 대리점과 비교해 월등히 좋으므로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실제로 영업 조건에 관한 보안 유지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마메든샘물은 총 11개 대리점 중 8개와 한꺼번에 거래가 끊겨 사업 활동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2008년 이후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핵심 쟁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기타의 사업활동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특히 경쟁사의 대리점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이례적인 거래 조건과 변호사 비용 지원이 '부당성'을 가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하이트진로음료의 행위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사업활동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상고비용은 하이트진로음료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결론

하이트진로음료는 경쟁사의 대리점들을 부당한 방식으로 영입하려 한 행위가 '기타의 사업활동방해'에 해당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정당함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시장에서 공정경쟁 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5호 및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0. 5. 14. 대통령령 제221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 제8호 (라)목이 정하는 '기타의 사업활동방해'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1. '기타의 사업활동방해'의 개념: 이 법 조항들은 사업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2. '부당성' 판단 기준: 법원은 특정 사업자의 행위가 '부당성'을 가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해당 사업자의 시장 지위: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의 행위는 더 엄격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사용된 방해 수단: 어떤 방식으로 경쟁사업자의 활동을 방해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당성을 인정하기 신중해야 하지만, 이례적인 거래 조건이나 혜택, 또는 다른 방해 수단이 함께 사용된 경우에는 달라집니다.
• 수단 사용의 의도와 목적: 경쟁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중요 고려 사항입니다.
• 관련 법령의 규정 내용 및 시장 특성: 해당 시장의 특성과 관련된 법률이나 규정이 있는지 고려합니다.
• 통상적인 거래 관행: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거래 방식을 벗어나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방해 행위의 결과: 해당 행위로 인해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이 얼마나 심각하게 곤란해졌는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3. 이 사건에의 적용: 하이트진로음료의 행위는 위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부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기존 계약 해소에 적극 관여/유도: 하이트진로음료는 마메든샘물 대리점주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마메든샘물과의 거래 중단을 권유하고 변호사 비용 지원까지 미리 약정하여 기존 계약 관계 해소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습니다.
• 통상적이지 않은 방해 수단: 계약 중도 종료와 관련된 변호사 비용 지원(50%)은 가격, 품질, 서비스 등 일반적인 경쟁 수단으로 보기 어렵고,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입니다.
• 파격적인 물량 지원: 계약 첫해 월 평균 판매량 대비 총 600%에 달하는 물량 무상 제공 등은 신규 대리점 영입 시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며, 정보 유출 방지책까지 마련한 점은 그 이례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줍니다.
• 경쟁 사업자의 심각한 피해: 마메든샘물은 핵심 유통 채널인 11개 대리점 중 8개를 한꺼번에 잃게 되어 사업 활동이 심히 곤란해지고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하이트진로음료가 경쟁사업자인 마메든샘물의 대리점 계약 해소에 적극 관여하면서 통상적이지 않은 이례적인 거래 조건을 제시하여 대리점들을 영입한 행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사업활동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경쟁사의 대리점을 영입할 때는 단순히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기존 계약 관계 해소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나는 이례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행위는 부당한 사업 활동 방해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계약 중도 종료와 관련한 변호사 비용 지원이나 지나치게 높은 비율의 물량 무상 제공 등은 가격, 질, 서비스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쟁 수단으로 보기 어려워 공정거래법 위반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신규 대리점 영입 시, 계약 조건이 영업비밀로 분류될 정도로 이례적이거나 기존 대리점들과의 마찰을 우려하여 보안 유지를 강구할 정도라면 해당 계약 조건의 부당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점유하는 사업자가 특정 지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경쟁사업자를 표적으로 삼아 파격적인 조건을 선별적으로 제시하는 행위는 그 의도와 목적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리점이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유통 채널일 경우, 대규모 대리점 이탈을 유도하여 경쟁 업체의 사업 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만든다면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경쟁사 대리점 영입 시 제시하는 모든 조건이 통상적인 거래 관행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부합하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법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