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피고 회사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원고가 회사의 취업규칙 및 안식휴직제 규정 변경으로 정년퇴직일이 앞당겨지고 미지급 임금이 발생했다며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회사는 개정된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변경되었으므로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2020년 11월 2일 취업규칙 및 의무 안식휴직제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이 개정으로 정년퇴직일이 만 60세가 되는 당월 말일로 변경되었고 의무 안식휴직 기간이 15개월에서 24개월로 확대되었으며 안식휴직 기간 중 임금 지급률이 60%에서 50%로 삭감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개정된 규정에 따라 2023년 1월 31일 정년퇴직 처리되었으나 개정 전 규정대로라면 2023년 12월 5일까지 근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회사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고 미지급 임금을 청구했습니다.
회사의 취업규칙 및 안식휴직제 규정 변경이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 유효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 변경된 취업규칙이 기존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여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해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이 포기되거나 소멸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가 취업규칙 변경 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적법하게 얻었다고 보았고 원고의 개별 근로계약이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변경된 취업규칙이 원고의 임금채권을 포기시키거나 소멸시킨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제97조와 관련된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동의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사용자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여야 합니다. 다만 사용자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으로 보지 않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다만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적용됩니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마지막으로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 채권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보아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포기되거나 지급유예될 수 없다는 법리도 언급되었습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에는 반드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노동조합이 없으면 회의 방식)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때 회사는 근로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지만 변경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또한 개별 근로계약에 취업규칙보다 더 유리한 근로조건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포기되거나 소멸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와 근로자 모두 취업규칙 변경 절차와 개별 근로계약과의 관계, 그리고 이미 발생한 채권의 보호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