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제어장치 납품 지연으로 입찰 참여가 금지된 회사 사건

원고 주식회사 B는 피고 C 주식회사와 D발전소에 '제어장치/감시기 세트 외 1품목'을 2억 3천6백9십5만2천7백7십3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납품하기로 계약했으나, 정해진 납기일인 2021년 6월 1일까지 물품을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 회사와 사내이사 A에게 2021년 9월 3일부터 2021년 12월 2일까지 3개월간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피고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B의 사내이사), 주식회사 B (전기공사업 및 통신공사업을 영위하며 D발전소 제어장치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불이행한 회사)
• 피고: C 주식회사 (D발전소 관련 공공기관으로 원고들에게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린 주체)

분쟁 상황

피고 C 주식회사는 2020년 8월 12일 D발전소에 설치될 '제어장치/감시기 세트 외 1품목'의 입찰을 공고했고, 유찰되자 2020년 11월 3일 재공고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B는 이 재공고 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자로 결정되었고, 2021년 2월 1일 피고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며 2021년 6월 1일까지 물품을 공급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회사는 정해진 납기일까지 물품을 공급하지 못했고, 이에 피고는 2021년 8월 23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원고 회사와 사내이사 A에게 3개월간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특정 업체의 제품을 요구하고 예비가격을 부당하게 낮게 책정하여 계약 불이행의 정당한 이유가 있으며,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들의 계약 불이행에 피고의 특정 업체 제품 요구 또는 부당하게 낮은 예비가격 기초금액 설정과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2. 피고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한 계약을 유도했으므로 이 사건 계약 자체가 무효인지 여부.
3.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과 주식회사 B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C 주식회사가 원고들에게 내린 3개월간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계약 불이행의 정당한 이유, 피고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인한 계약 무효, 그리고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 회사는 입찰 공고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납품해야 할 물품에 대한 이해 없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물품을 기한 내에 공급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특정 제품만을 요구했거나 예비가격 기초금액을 부당하게 낮게 설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공공기관 계약의 공정성과 성실한 이행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이 원고들의 불이익보다 중요하다고 보아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계약 담당 임직원은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부정당업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특히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회사의 사내이사인 A는 원고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자로서 계약 불이행에 책임이 있는 자로 인정되어 이 조항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2.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이 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공정한 입찰 및 계약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 참가를 배제하여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고 국가가 입을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및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제16호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고려할 때, 단순히 모든 채무 불이행에 대해 무조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비례 원칙에 위배될 수 있으므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정당한 이유가 없고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3. 계약의 원시적 불능과 무효: 계약의 내용이 된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 계약 당시부터 이미 사실상 또는 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해당 계약은 원시적으로 불능이어서 무효가 됩니다. 여기서 '불가능'은 절대적·물리적 불가능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경험칙이나 거래 관념상 채권자가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특정 제품의 고가 문제는 계약 목적물의 원시적 불능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입찰 목적물이 특정 제품이 아니라 상세 규격을 충족하는 '기성품'이었고, 그러한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4. 재량권 일탈·남용의 판단 기준: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위반의 정도,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여러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합니다.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인 부령 형식의 처분 기준은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지만, 그 기준이 합리적이고 현저히 부당하지 않는 한, 그에 따른 처분을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처분 기준(6개월)보다 감경된 3개월의 제한 처분을 내렸고,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과징금으로의 갈음 여부: 국가계약법 제27조의2 및 동법 시행령 제76조의2는 특정 사유가 있을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대신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에게 과징금으로 갈음할 만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입찰 제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입찰 전 철저한 사전 조사: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때는 입찰공고문의 모든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특히 구매시방서와 상세규격에 명시된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납품할 물품의 성능, 품질, 제조사, 기성품 여부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발주처에 직접 문의하여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합니다.
2. 이행 가능성 검토 및 위험 부담: 입찰 목적물의 요구사항과 조건을 충족하여 정해진 기한 내에 납품할 수 있는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이행 가능성에 대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입찰 참여자가 부담하며, 이를 게을리하여 발생하는 책임은 입찰참가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3. 예비가격의 의미 이해: 입찰에서 제시된 예비가격기초금액은 복수예비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입찰 참여자가 반드시 그 금액에 구속되어 입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납품 원가와 시장 가격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입찰 금액을 산정해야 하며, 예비가격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면 입찰 전 발주처에 설명을 요구하거나 입찰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채무 불이행의 '정당한 이유' 인정 기준: 공공기관 계약에서 채무 불이행 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계약 내용, 체결 경위, 이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우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단순히 납품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5. 동등품 대체 가능성 확인: 입찰 공고문에 '동등품 대체 가능'과 같은 문구가 있는 경우, 특정 제조사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해당 규격 및 성능을 충족하는 다른 기성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발주처가 특정 제품을 요구하더라도 이는 동등한 성능의 제품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동등품 공급 가능성을 타진해야 합니다.
6.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는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개인이 입는 불이익, 그리고 기타 여러 사정을 객관적으로 비교하여 판단합니다.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인 부령 형식의 처분 기준은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지만, 그 기준이 합리적이고 현저히 부당하지 않는 한, 그에 따른 처분을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