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 용역비 지급 책임 분쟁 판결

주식회사 A는 B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의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15억 원의 용역비를 받기로 했습니다. 조합이 설립된 후 이 계약을 승계했음에도 불구하고 B조합은 여러 이유로 용역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B조합은 계약의 무효, 용역 미이행, 수수료 과다, 지급기한 미도래, 그리고 공제할 비용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A가 용역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다고 판단하며 B조합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하고, 최종적으로 B조합에게 주식회사 A에게 1,366,4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원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B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추진위원회의 조합설립 업무를 대행하는 용역을 제공함.
• B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피고): 대구 북구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조합으로, 주식회사 A에 용역비 지급 의무를 다투는 입장.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B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추진위원회와 정비사업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여 15억 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고 조합설립 업무를 대행했습니다. 이 계약은 2020년 12월 30일 개정된 대구광역시 도시계획 조례가 시행되기 전인 2021년 5월 31일 이전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건축심의를 신청하여 기존의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고자 하는 추진위원회의 목적이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주식회사 A의 노력으로 B조합은 2021년 4월 28일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건축심의를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합설립 후 피고인 B조합은 주식회사 A가 용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계약의 특정 조항이 무효이며, 수수료가 과다하고, 지급기한이 도래하지 않았으며, 또한 조합운영비 등 공제할 금액이 있다며 15억 원의 용역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가 B조합을 상대로 미지급 용역비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식회사 A와 추진위원회 간 업무위탁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
2. 주식회사 A가 업무위탁계약상 용역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3. 계약서에 명시된 위탁수수료 15억 원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하는지 여부.
4. 용역비 지급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
5. 피고 조합이 원고로부터 공제해야 할 조합운영비 및 총회 비용의 범위.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제1심판결 중 피고에게 1,366,400,000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1,366,400,000원 및 그 중 750,000,000원에 대하여는 2021년 2월 20일부터, 나머지 616,400,000원에 대하여는 2021년 4월 29일부터 각 2023년 8월 9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총비용 중 10%는 원고가, 90%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주식회사 A가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 업무를 계약 목적에 따라 대부분 이행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대구광역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으로 용적률이 크게 감소할 위험이 있던 상황에서, 주식회사 A의 업무 수행으로 피고 조합이 개정 조례 시행 전에 건축심의를 신청하여 약 400억 원 이상의 예상 사업 수지 차이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삼았습니다. 피고 조합의 계약 무효, 의무 불이행, 수수료 과다, 지급기한 미도래 주장은 모두 배척되었으나,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조합운영비와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제하여 최종적으로 1,366,400,000원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108조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피고는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서에 기재된 업무종료일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정허위표시란 상대방과 합의하여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를 하는 것으로 민법상 무효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서의 명시적인 조항들, 업무 범위, 잔금 지급 조건, 창립총회에서의 답변 등을 종합하여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통정허위표시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허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2. 계약 이행 및 채무불이행: 피고는 원고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창립총회 주도, 건축심의 신청 관련 행정 업무 지원 및 비용 선지급 등 계약의 주요 목적(개정 조례 시행 전 조합설립인가 및 건축심의 신청) 달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정 결과에서도 원고의 기성고 비율이 98.6%로 인정되었습니다.
3. 신의성실의 원칙 및 형평의 원칙 (수수료 감액)​: 피고는 수수료 15억 원이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개정 조례 시행 전 조합설립 인가 및 건축심의 신청으로 피고 조합이 약 400억 원 이상의 예상 사업 수지 이익을 얻었으며, 원고가 2년간 조합 운영비와 창립총회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점 등 계약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수수료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약 당시의 특수한 상황과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수수료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4. 계약상의 지급기한 및 지연손해금: 피고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초기사업비 융자 시까지 용역비 지급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서의 다른 조항(제6조 제1항)에서 계약금 및 중도금은 창립총회 시, 잔금은 조합설립 시로 명시하고 있음을 근거로, 제6조 제3항은 자금 조달 방법을 명시한 것이며 지급 유예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지급 유예를 합의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원래 계약서에 명시된 시기에 지급기한이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그 이후의 지연손해금에 대해 상법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이율(연 6%, 연 12%)을 적용했습니다.
5. 공제 (상계)​: 피고는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 조합운영비와 총회 비용을 용역비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창립총회 비용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피고가 추가 총회 비용을 지출한 증거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원고가 피고에게 2년간 조합운영비 288,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원고가 추진위원회 사무실 임대료 4,400,000원을 대신 지불한 것과 위탁수수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150,000,000원을 상계하여 최종적으로 공제할 금액을 산정했습니다. 이는 상호 채무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제 또는 상계의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참고 사항

1. 계약 내용의 명확화: 정비사업 용역 계약과 같이 복잡하고 단계별 진행이 중요한 계약은 용역의 범위, 각 단계별 업무 내용, 종료 시점, 수수료 지급 조건 및 시기 등을 계약서에 명확하게 기재해야 합니다. 특히, 조건부 지급이나 유예 조항이 있을 경우 그 발생 요건과 효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2. 추진위원회의 계약 승계 절차: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체결된 계약이 조합 설립 후 조합에 승계될 때에는 창립총회 등 적법한 절차와 의결을 거쳐 명확하게 추인해야 합니다. 이는 계약의 유효성과 집행 가능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3. 용역 이행 증빙 자료 확보: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는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지원, 총회 준비, 행정 업무 협조, 자금 대여 등 업무 수행의 각 과정과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회의록, 지출 증빙, 업무 보고서, 통화 기록 등)를 충실히 확보해야 합니다.
4. 성과 달성 인센티브 및 특수성 고려: 법규 변화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특정 기한 내에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의 경우, 이러한 성과 달성을 위한 업체의 특별한 노력과 그로 인한 사업 주체의 경제적 이익이 용역비 산정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표준 품셈만을 기준으로 용역비를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5. 공제 대상 비용의 확인 및 처리: 계약에 따라 상대방이 부담하기로 한 운영비나 총회 비용 등은 실제 지출 여부 및 범위에 따라 용역비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관련 비용에 대한 증빙을 통해 명확히 확인하고, 부가가치세와 같은 법정 비용도 상계 또는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6. 지연손해금 및 이자율: 용역비 지급이 지연될 경우 계약서나 법률(상법,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지연손해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법정 이자율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인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