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피보험자 H이 보험 계약 체결 후 열차 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부모가 보험사에 재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H의 사망이 고의적인 행위 또는 고의에 가까운 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H의 사망이 보험약관상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금 지급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H은 피고 C 주식회사와 재해사망 보험금을 포함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습니다. 2002년 7월 22일 새벽, 배우자와 현금서비스 사용처에 대한 말다툼 후 집을 나갔다가 약 200~250m 떨어진 경부선 하행선 철길 위에서 화물열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H의 부모인 원고들은 사망이 우연한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2억 원(주계약 1억 원, 재해사망 특약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보험사는 H이 약 3,020만 852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배우자와의 다툼 후 철길에 들어가 상의를 벗고 하의만 입은 채 머리를 숙이고 앉아있던 정황 등을 들어 고의적인 자살 또는 사망을 용인한 행위로 보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피보험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하는지,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는 제1심 판결과 동일하게 피고인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법원은 H이 사망 당시 술이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철로구역에 들어가 철로에 앉아있다가 열차가 자신을 향하여 진행하여 오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피하지 않아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용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H의 사망은 보험약관상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가 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보험계약의 보통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할 때,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려면 해당 면책사유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 경우, 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와 같은 객관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234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보험자가 직접적인 자살 의사를 표현한 유서는 없었지만, 법원은 피보험자가 술이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철로에 들어가 철로에 앉아있다가 열차가 진행해 오는 것을 인식하고도 피하지 않아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용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과실을 넘어 사망이라는 결과를 의도했거나 최소한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에 준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보험 약관상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의미하지만, 피보험자의 행위가 고의적이거나 고의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는 '우발적인 사고'로 볼 수 없어 재해의 정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는 보험사(피고)에게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는 면책사유가 존재함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법원은 피고가 제시한 H의 채무 상황, 동거인과의 다툼, 철로 진입 경위, 사고 당시 행동 등의 간접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입증 책임을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 계약 시 재해의 정의와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대한 약관 내용을 숙지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사고 경위와 피보험자의 평소 행적, 건강 상태, 정신 상태, 주변 정황 등이 보험금 지급 여부 판단에 중요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유서와 같은 직접적인 자살 의사 표현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상식으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의심되지 않을 만큼 명백한 정황이 있다면 고의적인 자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 피보험자가 음주나 약물 복용 상태가 아니었고, 위험한 장소에 자발적으로 진입했으며, 위험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않은 정황 등은 고의 또는 사망의 결과를 용인한 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