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건설 이주민들의 이주단지 조성 및 가이주비 요구 사건

이 사건은 고속철도 건설 사업으로 인해 주거지를 잃게 된 이주민들이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약속된 이주단지 조성과 임시 주거 비용(가이주비) 지급을 요구한 소송입니다. 국가철도공단은 이주민들과 이주대책 협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사업 환경 변화와 비용 증가를 이유로 이주단지 조성 대신 다른 대안을 제시하며 가이주비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이주민들은 협약에 따른 이주단지 조성과 중단된 가이주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협약이 공법상 계약임을 인정하고, 국가철도공단이 이주대책 변경에 대한 정당한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주단지 조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임을 고려하여, 이주단지 조성 의무는 인정하지 않았고, 중단된 가이주비(월 임차료 50만 원)는 소송의 변론종결일까지 계산하여 각 원고에게 1,65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 제기 전 사망한 원고의 소는 각하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국가철도공단의 철도 건설 사업으로 인해 주거용 건축물이 수용되어 생활 근거를 상실하게 된 삼척시 주민 22인과 소송 제기 전 사망한 1인의 상속인들.
• 피고: 철도 건설 사업을 수행하는 국가철도공단. 과거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명칭이 변경됨.

분쟁 상황

국가철도공단은 철도 건설 사업을 추진하며 삼척시 주민들의 주거용 건축물을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공단은 주민들을 위해 삼척시 AB 일원에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택지를 분양하며, 이주 전 가이주비를 지급하는 내용의 협약을 이주민 대표들과 체결했습니다. 협약에 따라 이주민들은 거주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공단은 가이주비 중 월 임차료를 2020년 7월까지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6월경 공단은 높은 가격으로 새로운 약정 체결을 요구했고 이주민들이 이를 거절하자, 같은 해 8월부터 가이주비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공단은 이주단지 조성사업이 곤란해졌다며 이주정착금 지급으로 이주대책을 변경할 의사를 밝혔고, 이주민들은 협약 내용대로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중단된 가이주비를 다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주된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소송 제기 전 사망한 원고의 소송이 적법한지 여부. 둘째, 이주민들과 국가철도공단 사이에 체결된 이주대책 협약의 법적 성격(공법상 계약인지 사법상 계약인지)과 그 효력. 셋째, 국가철도공단이 이주대책을 변경하고 이주정착금 지급을 결정한 것이 적법한 행정처분으로서 효력이 있는지 여부. 넷째, 삼척시의 성토재 지원 거부 등 사정 변경을 이유로 이주대책 협약이 해지되었는지 여부. 다섯째, 가이주비 지급 의무가 여전히 유효한지, 그리고 그 범위와 지급 기한은 언제까지인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 S의 소는 소송 제기 전 사망한 자의 명의로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여 각하했습니다.
2. 원고 S의 상속인들의 소송수계신청은 기각했습니다.
3. 피고는 원고 S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16,500,000원(월 50만 원의 가이주비가 2020년 8월부터 2023년 4월 변론종결일까지 33개월분)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4. 원고 S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이주단지 조성 요구 등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5. 소송비용은 사망한 원고 S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법무법인이 부담하고,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부분은 소송수계신청인들이 부담하며,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6.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

법원은 이주민들과 국가철도공단 사이의 이주대책 협약을 공법상 계약으로 보았으나, 이주단지 조성 의무는 변론종결 시점에 사실상 이행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이주민들의 단지 조성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고가 이주대책을 변경하는 적법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고, 협약의 유효성이 유지됨에 따라 중단되었던 가이주비 지급 의무는 인정하여 이주민들에게 변론종결일까지의 가이주비(월 50만 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공익사업 시행 시 이주대책 협약의 법적 성격과 사업시행자의 의무 이행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토지보상법) 제78조 (이주대책 등)​: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 시행으로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는 이주대책대상자를 위해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실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이주대책 협약이 공법상 계약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주대책 수립·실시 의무의 원칙과 이주정착금 지급으로 갈음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인근에 택지 조성 적합 토지 부재, 사업 비용 초과 등)를 규정하고 있어, 피고가 이주대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처분을 하더라도 그 처분이 위법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2. 토지보상법 제78조 제4항: 이주대책의 내용에는 도로, 급수시설 등 통상적인 수준의 생활기본시설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사업시행자가 위 비용 '이상'을 부담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하여,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3. 행정처분의 효력 발생 요건: 행정처분은 행정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존재하며, 상대방에게 고지되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이주대책을 변경했다는 주장에 대해, 내부 문서나 통지로는 적법한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민사소송법 제233조 제1항 (소송대리권의 소멸과 소송절차의 중단)​: 당사자가 소송 도중 사망하면 소송대리인의 소송대리권은 소멸하고 소송절차는 중단됩니다. 다만, 당사자가 소송대리인에게 소송위임을 한 후 소 제기 전에 사망했으나 소송대리인이 이를 모르고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상속인들이 소송절차를 수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 S이 소 제기 전에 사망했고, 소송대리인이 사망 전에 위임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었으므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불확정 기한의 도래: 당사자가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한으로 정한 경우, 그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이주단지 완공 시점을 불확정 기한으로 보았으나, 변론종결 시점에 조성 의무의 실현이 불가능해졌다고 보아 가이주비 지급 기한을 변론종결일로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1. 공익사업으로 인한 이주대책 관련 협약은 단순한 민법상 계약이 아닌, '공법상 계약'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해당 협약의 법적 구속력은 강력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사업시행자가 이주대책 내용을 변경하려면 '토지보상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적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춘 '행정처분'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통지나 내부 결정만으로는 기존 협약의 효력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3. 이주대책 협약 시, 분양 가격이나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정 변경(예: 부지 매수 곤란, 지자체 지원 변경 등)에 대비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가이주비(월 임차료)는 실비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협약에 명시된 금액으로 지급될 수 있으며, 임대주택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 지급될 수 있습니다. 협약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체결 시 유의해야 합니다.
5.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는 소송 당사자의 생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소 제기 전에 사망한 자의 명의로 소송이 제기되면 그 소송은 부적법하여 각하될 수 있습니다.
6. 이주단지 조성 의무와 같이 특정한 목표 달성을 기한으로 하는 경우, 그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면 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 관련 의무가 이행불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