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망인이 제초제 중독으로 사망하자 자녀들이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고의가 아니거나 심신상실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망인은 배우자 사망 후 우울증과 알코올 사용장애 등으로 치료받았으나,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망인 F이 2020년 8월 22일 자택에서 농사용 제초제를 마시고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망 현장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되었고 타살 정황은 없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 A, B, C는 망인이 음주나 졸피뎀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실수로 제초제를 마셨거나 아니면 우울증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것이므로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보험회사들인 피고 D 주식회사와 E 주식회사는 망인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자살로 판단되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사망한 망인의 보험금 청구 사유가 보험 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망인이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우발적인 사고이거나 심신상실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의 '고의적인 자살'을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로 정하고 있더라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법리입니다. 대법원 판례(2015다5378 판결 등)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이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 보아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의 판단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법원은 사망자의 나이, 성격,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사망 직전의 구체적인 상태, 주변 상황, 사망 무렵의 행동, 사망 행위의 시기와 장소, 동기, 경위와 방법 등 모든 관련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다97772 판결, 2017다281367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의 치료 기록 등은 인정하면서도 망인이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 약관에 고의적인 자살 시 보험금 지급이 면책된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망은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임을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망자의 나이, 성격, 정신적·신체적 상태, 질병의 발생 시기와 경과, 사망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주변 환경, 사망 직전의 행동, 사망 동기, 경위와 방법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이 사례에서는 망인이 배우자 사망 이후 우울증, 불면증, 알코올 사용장애 등으로 치료받은 기록은 있었지만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사망 직전 심각한 우울증 치료제 처방 기록이나 심한 섬망 증상 등이 없었고 사망 전날 택시를 타고 직접 업무를 처리하는 등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망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본 사건에서는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망인의 실제 음주나 졸피뎀 복용 여부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던 점도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