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이 부하 여군을 강제추행하여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

피고인은 직속 부하 여군인 피해자를 두 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한 번은 피해자가 컴퓨터를 사용하던 중 겨드랑이를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다른 한 번은 피해자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자 종아리를 주무르는 방식으로 추행했습니다. 피고인은 신체접촉이 없었거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다른 부대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연령, 재범 위험성, 범행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상정보 공개·고지 및 취업제한 명령은 면제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1993년 입대하여 2021년부터 D에서 E으로 근무하던 군인으로, 피해자의 직속 상관입니다.
• 피해자 F: 피고인의 직속 부서원으로 군인으로 근무하던 여성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은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강제추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2021년 9월 9일 오후, 사무실에서 피해자가 쪼그려 앉아 PC를 사용하자 뒤에서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엄지와 검지로 끼워 들어 올렸습니다. 두 번째는 2021년 11월 19일 14시 30분경, 연병장 잔디밭에 앉아 다리가 아프다고 하는 피해자의 오른쪽 종아리를 자신의 양손으로 5~6회 주물렀습니다. 피고인 측은 신체접촉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신체접촉이 있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기 어렵고, 추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인의 신체접촉이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 특히, 강제추행죄의 객관적 성립 요건과 성인지 감수성 원칙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되,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 위험성, 범행의 종류와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 등 취업제한 명령은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결론

피고인은 직속 부하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았습니다. 군내 성범죄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으며,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령 및 법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 군형법 제92조의3 (군인등강제추행)​

   • 군인, 군무원 또는 국방부 산하의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군인으로서 직속 부하인 피해자를 추행했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2.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원은 피고인의 전과가 없는 점 등 유리한 정상들을 고려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3.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성인지 감수성)​

   • 법원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함을 규정합니다.
   • 판결문에서는 피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인용하며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4. 강제추행죄의 법리

   • 강제추행죄는 단순히 폭행·협박 후 추행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기습추행'도 포함됩니다.
   • 기습추행 시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다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 추행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 객관적 상황,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며, 성욕 자극·흥분·만족 등의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습니다.
   •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에 있어서는 진술 내용의 합리성, 논리성, 일관성, 경험칙 부합 여부뿐만 아니라, 법정에서의 증인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법관이 직접 관찰하여 얻은 심증까지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5.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장애인복지법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 및 취업제한)​

   •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고인은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 다만, 법원은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 위험성, 범행의 종류·동기·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상정보 공개·고지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 등 취업제한 명령을 면제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직장 내 상하관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렵거나 신고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강제추행죄는 반드시 성욕을 자극하거나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며, 이는 피해자의 진술, 행위자와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4. 특히 '기습추행'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어도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힘의 대소강약은 불문합니다.
5. 성범죄 사건 심리 시에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고,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합니다.
6.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일관성, 구체성, 경험칙 부합 여부, 그리고 다른 증거(제3자 진술, 상담 기록 등)와의 부합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7. 유사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고 가능한 한 빨리 주변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관련 기관(성고충상담관 등)에 알리고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8. 피해 당시 즉각적인 반응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의 심리적 특성과 상황적 제약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