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여행알선업자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여행경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환불해주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원심과 같이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받은 돈의 성격을 여행상품 판매 대금으로 보아, 특정 용도로 위탁된 것이 아니므로 횡령죄의 핵심 요건인 위탁신임관계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 A는 피해자와 여행알선 계약을 맺고 여행경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이 돈을 여행에 사용하지 않고 사무실 운영비나 생활비로 임의로 썼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계약 취소 및 환불을 요청했으나 피고인은 2019년 12월 중순경 사기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됨으로써 환불해주지 못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위탁받은 재물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며 업무상횡령죄로 기소하였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여행경비가 특정 용도로 위탁된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횡령죄 성립의 전제가 되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있었는지 여부
항소심 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여행경비는 여행상품 판매계약의 대가로서 피고인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이며 특정 용도로 위탁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되었습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하며 보관하는 재물이 그 '용도와 목적이 특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횡령죄 성립에 있어 위탁신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받은 여행경비를 여행상품 판매계약의 대가로 보아 그 수수에 의해 돈의 소유권이 피고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자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채 특정 용도로 위탁된 것이 아니므로 위탁신임관계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 1986. 6. 24. 선고 86도631 판결 등도 이와 유사한 법리를 제시하며 여행경비가 판매 대금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은 항소법원이 항소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의 항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심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돈을 주고받을 때는 그 돈의 성격(예: 단순 판매 대금인지 아니면 특정 용도로만 써야 하는 위탁금인지)을 계약서나 문서로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행 계약과 같이 용역 제공의 대가로 돈을 지급하는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대금은 판매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보아 임의로 사용해도 횡령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돈을 받은 사람이 특정 목적이나 용도로만 사용하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하고 돈을 받았다면 이를 어길 시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환불 의무가 발생했을 때는 상대방에게 즉시 상황을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추가적인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