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의료
서울 강북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치과의사 A가 본인의 탈모 치료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직접 주문하고 복용하였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A의 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1개월 15일의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행위를 자신에게 하는 행위는 타인의 생명이나 공중위생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규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A의 행위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원고인 치과의사 A는 2021년 2월 2일과 4월 5일, 전문의약품인 모발용제 C연질캡슐, D연질캡슐0.5㎎, E연질캡슐0.5㎎, F연질캡슐0.5㎎을 직접 주문하여 본인이 복용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 보건복지부장관은 2024년 9월 5일, 이 행위가 구 의료법(2021. 9. 24. 개정 전)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치과의사로서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1개월 15일의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자신을 위해 전문의약품을 직접 주문하고 복용하는 행위가 구 의료법상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또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보건복지부장관)가 원고(치과의사 A)에게 내린 치과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
재판부는 의료법이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주된 취지가 의료행위 상대방인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이 사건 의약품을 자신에게 복용한 행위는 타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큰 관련성이 없는 개인적인 영역에 속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일상적인 자가 치료 행위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자신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를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87조의2 제2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하면 같은 법 제66조 제1항 제10호에 따라 1년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각자의 전문 영역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람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본 판결은 '의료행위'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진찰, 처방, 투약 등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대법원 1974. 11. 26. 선고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 행위의 대상이 '자신'인 경우에는 타인 보호라는 규제 목적과 거리가 멀다는 점, 그리고 환자의 자기결정권(헌법 제10조 및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230535 판결 참조)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자신에게 하는 의료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약류와 같이 특별히 자신에게 투약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규정(대법원 2011도10797 판결 참조)이 없는 한, 이 사건과 같은 자기 복용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면허된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본 판결에 따르면 의료인이 자신의 질병 치료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직접 구매하여 복용하는 등 '자신에게'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의료법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주된 취지가 타인의 생명이나 공중위생 보호에 있기 때문입니다. 단, 마약류와 같이 특별히 자신에게 투약하는 것까지 규제하는 별도의 법령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전문의약품의 취득 및 유통 경로에 대한 별도 규제 필요성은 인정되나, 이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와는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제3자에게 처방하거나 투약하는 행위는 당연히 무면허 의료행위 또는 면허 외 의료행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