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교육방송을 실시하는 한 비영리 방송사가 약 9년간 저녁 뉴스를 진행해 온 아나운서와의 출연 계약을 기간 만료를 이유로 종료했습니다. 이에 아나운서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계약 종료는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아나운서의 손을 들어주었고, 방송사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또한 아나운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계약 종료는 부당 해고라고 판단하여 방송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아나운서 B는 2012년 4월 2일부터 A 방송사에서 저녁 뉴스 아나운서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별도의 계약서 없이 근무했으나 2020년 3월 30일부터 2021년 8월 2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간이 정해진 출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1년 8월 27일 A 방송사는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B와의 출연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이에 B는 2021년 11월 11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서면 통지 없이 계약을 종료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구제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A 방송사는 이에 불복하여 2022년 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아나운서 B의 부당 해고를 인정했습니다. 결국 A 방송사는 2022년 6월 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계약 종료가 기간 만료에 따른 정당한 해고인지 아니면 부당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방송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아나운서 B의 계약 종료를 부당 해고로 인정한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아나운서 B가 방송사의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했고 근무 시간과 장소가 지정되었으며 업무 내용이 방송사에 의해 결정되는 등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B는 2년 이상 근무하여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으며 이후 작성된 출연 계약서가 그 지위를 포기하고 기간제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해고의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이 사건 계약 종료는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적용이 주요 법리가 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법원은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근로 관계를 중시합니다. 판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감독을 하는지 여부', '근무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여부', '스스로 비품이나 작업 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여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두62235 판결). 이 사건 아나운서 B의 경우 방송사의 일방적인 방송 및 사전 녹화 일정 결정, 뉴스 진행 방식 및 의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 재촬영 요구, 추가 업무 지시 등이 인정되어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B는 약 9년간 계속해서 해당 방송사에서 근무하며 다른 방송사 뉴스 진행을 하지 않았고 업무 시간 중에는 다른 업무 병행이 불가능했으며 외부 활동도 주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전속성이 인정되었습니다.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된 보수 역시 근로 대가적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2. 기간제법 제4조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등): 이 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강행 규정입니다.
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 (무기계약직 전환):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됩니다. 아나운서 B는 2012년 4월부터 근무를 시작하여 2014년 4월 2일부터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나.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6호 및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6호 (2년 초과 예외):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에 따른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뚜렷하게 짧은 단시간근로자 (1주 15시간 미만)'는 2년 초과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아나운서 B가 이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다. 무기계약직 전환 후 기간제 계약 체결의 효력: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가 자의로 그 지위를 포기하고 다시 기간제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가 당시 자신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를 포기하고 기간제 근로자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감수할 만한 보상이나 혜택이 주어졌는지' 등 계약 당시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취지). 아나운서 B의 경우 출연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자신이 무기계약직임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 조건도 동일하여 무기계약직 지위를 포기할 만한 보상이나 혜택이 없었으므로 다시 기간제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의 서면 통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해고는 효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방송사는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법률을 위반한 부당 해고에 해당합니다.
계약 형태보다는 실제 업무 내용이 중요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근로 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제 업무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사용자의 지휘 감독 정도, 근무 시간과 장소 지정, 업무 내용 결정, 보수의 근로 대가적 성격, 다른 사업을 병행하기 어려운 전속성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유의해야 합니다: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 특별한 예외 사유가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됩니다. 단시간 근로자처럼 주 15시간 미만의 근로자는 2년 초과 규정의 예외가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실제 근로 시간을 정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정규직 전환 포기는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근로자가 자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다시 기간제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임을 명확히 인식했는지 그리고 그 지위를 포기할 만한 보상이나 혜택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해고는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해고는 그 자체로 효력이 없습니다.
방송사 출연자의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 방송사 아나운서나 리포터 등 출연 계약 형식으로 일하는 경우에도 방송사의 지휘 감독을 강하게 받고 업무 내용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어 부당 해고 구제 등 근로자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