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인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가 피고인 시스템 개발 회사에게 금융감독시스템 플랫폼 전환 사업의 하도급 계약과 관련하여 확약서에 따른 약정금, 2차년도 사업의 미지급대금, 그리고 피고의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금 등 총 1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피고의 영업팀장이 작성한 확약서의 효력을 주장하며 대금 보장 및 잔금 지급을 요구했고, 이 사건 계약이 투입 인력에 비례하여 대금을 정산하는 '맨먼스'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대금 미지급으로 인해 인력을 대기시키면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확약서의 진정 성립을 부정하고, 피고에게 표현대리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 계약이 일반적인 '도급계약'이며 '맨먼스' 계약이 아니라고 보아 미지급대금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 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피고는 2022년 11월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총 137억 5천만 원 규모의 금융감독시스템 플랫폼 전환 등 정보화사업을 도급받았습니다. 피고는 이 중 1차년도 사업의 일부를 2022년 11월 21일 원고에게 7억 9천 2백만 원에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2년 11월 21일자로 피고의 사용인감이 날인되고 영업팀장 I의 서명이 있는 확약서가 작성되어 2022년 12월 26일경 원고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 확약서에는 피고가 원고에게 3억 3천 7백만 원을 보장하고 1차년도 잔금 3억 9천 6백만 원을 2023년 5월 31일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1차년도 계약 대금 지급 조건은 2023년 5월 8일과 2023년 6월 28일 두 차례 변경되어 총 계약금액이 8억 5백만 원으로 증액되었고, 피고는 이 변경된 조건에 따라 1차년도 대금을 원고에게 지급했습니다. 2023년 9월 25일 피고는 원고에게 2차년도 사업 일부를 5억 4천 3백만 원에 하도급했고, 2023년 11월 3일 선급금 3억 7천 8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2023년 11월경 2차년도 계약의 인력 투입 관련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자, 원고는 확약서를 제시하며 약정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원고는 2023년 12월경 사업에 투입된 인력을 철수시켰습니다. 피고는 2023년 12월 18일 확약서의 효력을 부정하며 계약은 도급계약임을 주장했고, 원고의 인력 미복귀 시 2차년도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반발하며 확약서에 따른 약정금 및 미지급 인건비 지급을 요구했고, 미지급 시 개발팀을 해체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2024년 1월 8일 양측은 미지급금 처리에 관한 회의를 가졌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피고는 2024년 2월 13일 전 영업팀장 I를 확약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고소했고, I는 2023년 5월 23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형사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확약서가 피고의 정식적인 약속으로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여부와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에게 대리권 수여 표시 또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이 사건 하도급 계약이 투입된 인력의 규모와 기간에 따라 대금을 정산하는 '맨먼스' 방식의 계약인지 아니면 일의 완성을 조건으로 미리 약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인지 여부 피고의 대금 미지급 행위로 인해 원고가 인력을 대기시키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피고에게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이 사건 확약서가 피고의 내부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고의 영업팀장 I에 의해 임의로 작성되고 날인된 것이며, I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에 비추어 진정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I에게 확약서에 사용인감을 날인할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원고에게 표시한 사실이 없으며, 확약서 내용이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I가 개인적으로 큰 책임을 지는 비정상적인 상황, 원고가 확약서 수령 후에도 잔금 지급 조건을 변경하는 등 확약서를 신뢰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을 들어 원고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보아 민법 제125조 및 제126조에 따른 표현대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각 계약의 성격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납품 및 최종 검수 완료 후 잔금 지급, 지체상금 규정 등이 명시되어 있고, 다른 맨먼스 계약과는 달리 인력 투입 규모에 비례한 대금 지급 조항이 없으며, 원사업자인 피고의 발주처와의 계약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의 완성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맨먼스 방식의 미지급대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에게 약정금 또는 추가 대금 지급 의무가 없으므로 원고가 인력을 철수시킨 것이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 산정 방식 또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보아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125조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 이 조항은 제3자에게 특정인에게 대리권을 주었다고 표시한 자는 그 대리권 범위 내에서 그 대리인과 제3자 간에 이루어진 법률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회사가 직원에게 대리권을 주었다고 외부에 알린 경우, 그 직원이 권한 범위 내에서 한 행위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진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가 영업팀장 I에게 확약서에 사용인감을 날인할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표시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단순히 I가 '영업대표'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만으로는 대리권 수여의 표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이 조항은 대리인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그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는 거래 당시의 모든 객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I에게 확약서 날인 권한이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확약서 내용이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I가 개인적으로 거액의 책임을 지는 것이 비정상적인 점, 그리고 원고가 확약서 수령 후에도 잔금 지급 조건을 변경하는 등 확약서의 진정성을 신뢰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을 종합하여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664조 (도급의 의의): 이 조항은 도급계약을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으로 정의합니다. 즉, 도급계약은 '일의 완성'을 주된 목적으로 하며, 그 완성된 결과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하도급 계약이 납품 및 최종 검수 완료 후 잔금을 지급하고, 지체상금 규정이 있는 등 '일의 완성'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투입 인력 규모에 비례하여 대금을 정산하는 '맨먼스' 방식의 계약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중요한 계약이나 약속을 담은 문서를 작성하거나 교부받을 때는 반드시 회사 내부의 정식 결재 절차를 거치고, 해당 문서를 작성하거나 날인하는 직원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대표자 또는 권한 있는 대리인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직책명만으로는 회사 대표 권한을 가진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계약 내용이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경우, 해당 내용의 배경과 적법한 권한 여부를 더욱 세심히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약속이나 직원의 임의적인 행위는 회사의 법적 책임을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용역 계약 시에는 계약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일의 완성'을 전제로 결과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도급계약'인지, 아니면 '인력 투입'을 기준으로 투입된 기간과 인력 규모에 따라 대금을 정산하는 '맨먼스(인력 투입형) 계약'인지 계약서에 분명히 명시해야 합니다. 대금 산정 방식, 책임 범위, 준수사항 등이 계약의 성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약정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존 계약이나 확약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부속 합의를 체결하는 경우, 기존 약정의 효력 유지 여부나 변경된 내용이 기존 약정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등을 명확히 약정해야 합니다. 부속 합의 내용이 기존 약정과 상충되거나 기존 약정의 이행을 우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기존 약정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