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고속도로에서 단독사고로 멈춰 선 차량 밖으로 나온 고인이 뒤따라오던 차량들의 연쇄 추돌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고인에게 선행사고 유발 및 안전조치 미흡, 하차 후 대피 소홀 등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 보험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로 인정하고 일실소득, 일실퇴직수당, 위자료 등을 산정하여, 최종적으로 피고는 고인의 배우자에게 59,117,602원, 두 자녀에게 각 39,411,734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고인 I은 2019년 3월 22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단독 사고를 일으켜 차량이 1, 2차로에 멈춰 서자 운전석 부근에 하차했습니다. 이후 J 운전의 피고1 차량이 전방주시 태만으로 원고 차량을 충격했고, 뒤이어 K 운전의 피고2 차량이 피고1 차량과 원고 차량을 연달아 충격하여 고인이 사망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인의 유족들은 사고에 대한 피고 보험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보험사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 및 범위, 고인의 선행사고 및 사고 후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과실 비율 책정, 사망으로 인한 일실소득, 일실퇴직수당,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의 구체적 산정 방식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공무원인 고인의 정년 이후 가동연한 및 연금 관련 소득 인정 여부가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피고는 원고 A에게 59,117,602원, 원고 B, C에게 각 39,411,73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년 10월 20일부터 2022년 12월 16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들이, 20%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고속도로 사고에서 선행사고 운전자의 안전조치 의무를 강조하며 과실상계를 적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공무원으로서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 인정하고 자백의 착오 취소를 허용하여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는 복잡한 사고 상황에서의 책임 분담 원칙과 피해자 손해액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어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공무원연금법 제43조 제1항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 이 조항은 공무원의 퇴직연금 지급 개시 연령 및 요건에 관한 것으로, 본 사건에서는 사망한 고인이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일실소득 산정 시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특히 고인의 가동연한을 정년인 만 60세를 넘어 65세까지 인정하면서,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액에 상당하는 소득을 정년 퇴직 다음날부터 65세가 되는 날까지 얻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409조 (불가분채무): 이 조항은 여러 사람이 함께 채무를 졌을 때, 각 채무자가 전부를 갚아야 하는 채무를 의미합니다. 원고들은 고인의 보험금 채권 전액을 한꺼번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민법 제409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채권의 성격상 각 상속인(배우자와 자녀들)의 개별적인 권리로 보는 것이 합당하며, 따라서 각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눠서 손해배상액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손해배상책임의 과실상계 원칙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등):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선행사고 등으로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관계 법령이 정한 고장자동차 표지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한 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우, 선행차량 운전자에게 선행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그 과실은 후행 추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를 정할 때 참작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도 고인이 단독으로 선행사고를 일으켜 고속도로에 정차했고,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하차 후 신속히 피하지 않은 점 등이 고인의 과실로 인정되어 피고의 책임이 20%로 제한되었습니다.
가동연한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이 판결은 사람의 가동연한(소득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을 일반적으로 65세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이 과거에 정년까지만 일실소득이 발생한다고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고인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보아 정년 이후 65세까지의 일실소득을 추가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원고들의 과거 자백이 착오로 인해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그 자백을 취소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리입니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비상등 점멸 및 고장자동차 표지 설치 등 후방 차량에 사고 발생을 알리는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고 후 차량 밖으로 나왔다면 본인의 안전을 위해 도로 밖이나 가드레일 밖 등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야간이나 시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사고는 2차 사고 위험이 훨씬 높으므로 더욱 신속하고 적극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합니다.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피해자의 과실 비율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사고 경위와 본인의 조치 내용을 명확히 소명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망 사고의 경우, 망인의 직업과 소득, 연령 등을 바탕으로 일실소득, 퇴직금, 위자료 등이 산정되므로, 관련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정년 이후의 가동연한과 연금 관련 소득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소송 중 주장된 사실관계에 대한 '자백'이 있더라도, 그것이 진실에 반하고 착오로 인한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번복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