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이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으므로 보험회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망인의 자살이 고의적인 행위에 해당하며,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망인이 2018년 1월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목을 매는 방식으로 자살하였습니다. 이후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이 심한 우울증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재해사고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망인과 보험회사가 체결한 재해사망특약에 따라 3억 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는 망인의 자살이 고의적인 행위이므로 약관상의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망인의 자녀들로부터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을 양도받아 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피보험자인 망인의 자살이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가 적용되는지, 아니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면책 사유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자살할 당시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음은 인정하였으나, 이것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망인이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유서를 작성하는 등 자살 계획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자살 방법이 투신자살 등에 비해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성격이 강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살이 고의적인 행위이며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자살 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법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1. 상법 제659조 제1항 (면책사유에 대한 특칙): 이 조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생긴 때에는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로 명시하고 있으며, 법원은 이 상법 조항의 취지를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근거로 보았습니다.
2. 상법 제732조의2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자살): 이 조항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서 조항에 따라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는 면책사유의 예외로 인정되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바로 망인의 자살이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3. 대법원 판례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법원은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따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 경과, 자살에 이른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 동기, 경위,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판례는 이러한 대법원 법리를 적용하여 망인의 자살이 고의적인 행위였다고 판단하고, 면책 예외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자살이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의 예외가 되어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자살 당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자살 시도의 경위, 장소, 방법, 자살 전후의 구체적인 정신 상태 기록, 의무기록, 진료기록, 유서 유무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관련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과 의사의 진료 소견서는 자살 당시의 심리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나, 해당 소견서에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 상실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보험금 지급 예외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험 계약 체결 시 재해사망특약의 '재해' 및 '면책 사유'에 대한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